샘터 2017.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11월은 나에게 특별하다. 바로 내가 태어난 달이기 때문이다. 나의 시작이 된 이 달은 쓸쓸하고 추운 느낌을 많이 받는다. 가을의 끝자락이라 심적으로 늘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생각에 내 지난 10달을  애써 후회해보기도 하고 관계에 권태기가 찾아와 친한 친구도 멀리하고 싶은 감정이 몰려오기도 한다.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린 이 날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런 나를 다독이기 위해서일까 이번 샘터는 나눔과 공유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심야약국을 운영하며 24시간 불을 켜놓는 김유곤 약사부터 시작해서, 책을 공유하는 민립 중앙도서관 이야기, 카피에서도 느낄 수 있는 배려와 유머, 정혜윤 PD에게 빛나던 한 마디를 건넨 친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민립 중앙도서관은 집에 쌓아두고 안 읽는 책을 공유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서비스이다. 도서를 맡기는 키핑(keeping)과 내 책을 빌려 가면 쌓이는 크레딧(credit)을 통해 운영되는데 이 크레딧은 현금으로도 환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서로의 책이 망가질까 우려도 됐지만 사람들은 내 책인 듯 소중히 다룬다. 서로의 마음이 모인 책꽂이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별자리를 만들자. 위대한 개인이 되지 말고 위대한 관계를 만들자."
깜빡깜빡 반짝이는 별 밭에서 캐내고 싶은 빛이 있다면 바로 그런 말일 것만 같았다. (p. 63)


정혜윤 PD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이 말은 나에게도 울림을 주었다. 위대한 관계가 되자는 말은 사람을 져버리지 말자는 말 같았다. 어떤 힘든 순간이라도 그 힘듦의 근원이 비록 사람일지라도 사람으로 치유받자고, 세상에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보다 더 멋진 사람들이 많기에 그들을 생각하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작게는 내 울타리 안 사람들이지만 넓은 세상에는 목소리로도, 연기로도, 책으로도 여러 방식으로 힘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 알지 못하는 나만의 관계를 그들과 맺고 있다. 별자리는 별과 별 사이를 잇는 길, 여러 방식으로 이은 선은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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