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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지긋지긋한 더위도 한 풀 꺾인 듯 보인다. 아침, 저녁의 일교차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이니.
<월간 샘터>도 어느덧 9월 호가 출간되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이 시기에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을까? 인상 깊었던
'브랜드 다이어리', 배우 '봉태규'씨의 인터뷰, 특집 글 중 하나인 '우리 형의 첫 월급'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브랜드 다이어리에서는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삼시 세끼> 나영석 PD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한다. 둘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예능 작품을 만드는 피디이면서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이기도 하다. 둘은 늘 비교 대상으로 오르내리지만 서로 추구하는 가치관은 달라 보인다. 김태호
PD는 극한 도전을 통해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영석 PD는 식사, 여행 등과 같은 일상 보편적인 소재를 특별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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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은 도전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현실을 극적 미장센으로 밀어 넣고, 또 한 명은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여 그 생활을 극적 상황으로 승화시킨다. 그러고 보니 둘 다 극대화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낸다. 현재로부터 벗어나 극대화된 상황으로 치닫는
원심성과 현실에 집중하여 그 의미를 극대화하는 구심성 정도의 차이랄까.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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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규 씨의
인터뷰에서는 본인이 글을 쓰게 된 이유와 배우로써 다른 이에 시선에 갇혀있던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얼마 전 <개별적 자아>라는
책을 발표한 그는 글을 씀으로써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악플과 시선에 신경 쓰느라 미처 챙기지 못했던 자신의 본 자아를 다독이고
내면을 표출하게끔 도와준 행동이었던 것이다. 또한, 자신의 아내 역시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바꿔준 사람이라고 한다. 신중한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상처받은 그를 많이 보듬어 준 듯하다. 배우라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평소 주변을 의식하며 상처받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인터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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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을 쓰면서 가장 신기했던 건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 쓰느라 미처 보이지 않던 제
마음이 선명히 보인다는 거였어요. 글로 표현을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제 감정을 되새기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마음을 살피는 시간을 오래 갖고 싶어서 리뷰를 송고하며 잡지사에 연재를 먼저 제안했어요." (p.26)
"아내는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되 함부로 표현하지 않아요. 항상 예의 바른 태도로 단어 하나하나까지
신경 쓰면서 말을 하죠. 그래서인지 충고나 조언을 곧잘 하는 편인데도 늘 지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요. 진심이 담긴 정중한 말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한다는 걸 아내를 통해 배웠어요."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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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내가
가진 게 진짜 진짜야!'에 수록된 <우리 형의 첫 월급>은 필자의 형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신장애가 있는 그의 형은 공공 근로를
다니며 번 첫 월급으로 가족들의 저녁식사를 대접하고자 한다. 하지만 계산서와 봉투 안의 돈은 맞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 봉투에 5만 원 하나를
더 넣어두었다. 무사히 계산을 마치고 뿌듯해하는 형의 모습을 보는 필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물씬 풍기는 특집 글이었다.
이번 샘터는 소중한 것을
견주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비교하는 삶은 나를 피폐하게 만든다.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보단 내면의 나를 보듬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 때론 포기를 통해 욕심을 비우고 마음을 편하게 할 필요도 있다. 17년 한 해를 무사히 마무리하기 위해 이제 그동안 왔던 길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