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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입니다만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인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이과로 치중해가고 있다. 문과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이과에 대한 선망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진로를 정할 때, 문과적인 사람과 이과적인 사람이 나눠질 수밖에 없다. 나는 전형적인 문과인이다. 수학과 과학을 정말 싫어하면서 못했다. 그 이유가 확고했기에 진로는 당연히 문과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과 전혀 섞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이과가 미래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더욱 그들을 알아야겠다고 다짐해서 2년간 15명의 이과인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한다.
그 결과 이과와 문과는 서로 방향만 다를 뿐 목적지는 같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15명의 인터뷰어들도 문과와 이과의 협업을 바라고 있고 문과가 이과보다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른 신선한 자극에 기대하는 눈치였다.
처음에 나는 이과와 문과의 차이를 알려고 했다. 문과에 있고 이과에 없는 것. 이과에 있고 문과에 없는 것. 그 차이를 통해 각각이 해야 할 일을 찾아내려 한 것이다. 그러던 중에 깨닫기 시작했다. '이과와 문과는 똑같은 산을 다른 길로 오르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p. 5)
이과와 문과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똑같은 산을 다른 길로' 오르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 그 답은 산 정상에 있다. 언젠가 그곳에서, 다른 길을 통해 올라온 '이과 동료'와 함께 서로 답을 맞춰보았으면 좋겠다. (p. 317)
15명의 이과인들을 보면서 그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진행하는 연구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깊다는 게 느껴졌다. 저자가 흥미를 보이며 질문을 하면 그들은 신나서 그 연구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부터 미래에 자신이 어떤 곳에 이를 적용하고 싶은지 비전까지 말하고 있었다. 결론에 대한 확실한 결과와 검증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특성이 말투에서도 느껴졌다. 그걸 보면서 문과와 이과가 다른 점은 '명확함과 확실한 것을 추구하느냐'와 '추상적이고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느냐'의 차이 정도로 보였다. 이과든 문과든 인간이 살기 편하고 올바르게 바뀔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점은 같았다.
사실 그렇게 함부로 분야를 구분 지어서는 안 됩니다. 수학과 문학은 둘 다 언어에 관한 학문입니다. 단지 언어의 종류, 표현할 수 있는 내용, 생각하는 바가 다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화가와 디자이너만 예술가인 것이 아니라, 물리학자도 예술가라 볼 수 있습니다. (p. 306)
문과와 이과를 더 이상 구분 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이 책에서 드러났던 것 같다. 표현방식이 다를 뿐 우린 모두 같은 동료이다. 서로 친해지고 싶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 우리에게 있는 것 같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면서 다양한 학문이 융복합 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서로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주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절친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