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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곧 영화로 개봉 예정인 <걸 온 더 트레인>은 그 소식이 전해지기 이전부터 재미있다는 평이 많아 읽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이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닌 나도 쉽게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심리에 탑승하여 엿보는 재미가 있던 작품이었다.
주인공 레이첼을 중심으로 메건, 스콧, 톰, 애나 등의 인물들이 실종사건에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이 책은 메건이 실종되면서 본격화된다. 그 일이 발생했을 때가 하필이면 레이첼이 술에 거하게 취해 기억을 잃은 날이어서 레이첼이 범인인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심지어 레이첼 그녀 자신도 자신을 믿지 못한다.
레이첼은 톰과의 이혼 이후 알코올에 절어 산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좋아하던 일은 기차에서 메건 부부를 바라보던 일이었다.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그 부부의 모습은 완벽했다. 하지만 그건 톰과 헤어진 레이첼의 시점이었고 메건은 행복하지 않았다. 남편 스콧의 도 넘은 집착과 자신의 불륜 행각은 그녀 자신을 점점 어둠으로 내몰아가고 있었다.
소설 후반부에 애나가 메건과 레이첼이 똑같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를 보면 꽤 비슷해 보였다 레이첼은 도피 수단으로 술을 택했을 뿐이고, 메건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였을 뿐이다. 그녀들의 가정은 안정적이지 못했다. 더 과거로 들어가면 가정을 이루기 전부터 둘은 상처가 있었다. 서로 불충분한 애정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고 원했을 거란 생각이 들자 조금은 이해가 갔다.
이건 비단 메건과 레이첼 두 인물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 톰도 애나도 스콧도 자신들의 상처가 있었고 이를 잘못된 방식으로 해소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겉만 보면 불륜이 나은 잔혹한 결과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자신만 바라보다 생긴 결과였다.
메건과 톰은 불행한 결과로 이어졌지만 레이첼은 자신의 어둠으로부터 한 발짝씩 멀어진다. 그녀의 삶에 생동감이 돌기 시작했던 것은 메건의 실종을 파헤칠 때였지만 이 사건의 종지부를 찍게 하는데 애나의 도움도 컸다. 애나가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레이첼은 온전히 그녀 자신으로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만이라도 이렇게 빠져나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확 독자들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소설인 것 같았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지 못하고 읽었다. 진행 방식은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1인칭으로 서술하는데 이 인물, 저 인물 왔다 갔다 해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서술했기에 한 인물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면 몰랐을 심리나 행동을 알게 되고 그것으로 추리하는 맛이 있었다. 얼마 뒷면 개봉될 영화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