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 100년의 문학 작품에서 길어 올린 마음들
나민애 지음 / 북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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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처럼 마음을 살랑이는 말을 좋아한다. 시나브로, 윤슬, 선연하다, 까무룩, 일렁이다, 말간, 벅차오르다 등등. 말랑한 단어는 꼬인 마음을 쉽게 무너뜨린다. 사회가 각박할수록 더욱, 부드럽게 감싸는 언어가 필요하다. 쓰면 쓸수록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으니까.


나민애 교수는 어딘가에 당신의 단어가 있다며 142개의 단어를 문학 작품에서 그러모아 삶의 곁에서 느낀 짧은 단상을 덧붙인다. 정확한 쓸모로 단어를 대하는 게 아니라 좋았다. '따뜻하다'와 '따듯하다'의 온도차처럼, 각자 가진 고유한 마음의 감각에 맡겨보라 한다.


특히 '들뜨다'와 '달뜨다'의 미묘한 차이를 서술한 부분이 와닿았다. 들뜬 마음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상기된 얼굴과 주체할 수 없는 몸의 떨림이 말해준다. 하지만 달뜬 마음은 안에서 발산된 마음이 밖으로 튀어 나가지 않게, 제어하지만 결국 피식하고 삐져나온다. 사전의 고유한 뜻과 작가가 말하는 감각적인 설명을 읽고 나면 '맞아, 바로 그거야!'하고 맞장구를 치게 된다.


깊이 우러나와서 내 사전에 이미지로 각인된 단어는 단골처럼 등장한다. 마르고 닳도록 비슷한 마음이 들 때마다 쓴다. 자주 사용하는 표현은 나를 대변한다. 그렇게 나는 그 단어가 되고, 삶은 그런 단어가 사는 생각처럼 흘러간다.


기쁨 때문에 세상이 살만한 것이 아니다. 세상이 살만한 것이라고 믿고 싶어서 기쁨을 찾는 것이다. 기쁨을 찾는 사람은 자기 인생을 새롭게, 의미 있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창조는 예술가의 것. 만약 당신이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누릴 줄 안다면, 당신은 자기 삶의 예술가인 셈이다. (p. 59)


기존에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며 더 좋아진 단어와 몰랐지만 알게 된 어여쁜 단어를 다이어리에 메모했다. 까무룩, 함초롬, 총총히, 하마하마, 꽃자리, 말갛다. 한 자 한 자 쓸 때마다 잔잔한 호수에 파동이 인다. 오래간만에 흘러가는 생각에 맡기며, 대접하지 못한 내 단어의 실타래를 찬찬히 풀어 되감아 봤다.


나는 내 언어 세계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싶다. 가급적 많은 언어를 보살피고 싶다. 내가 키우던 언어들은 제 친구를 데려오면 매우 반가워할 것이다. (p. 242)


좋다. 단순하고 이 명쾌한 두 글자의 감상이 계속해서 내 마음의 주인이길 바란다. 아직 마주치지 못한 새로운 마음의 말도 기꺼이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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