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듣기 - 귀 기울여 들음으로써 완성하는 사랑
유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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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와 듣기는 일상에 필수적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말하고 대답하며 소통을 이어간다. 그 속에서 '진짜 듣기'는 과연 얼마나 이뤄지고 있을까.


타인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기란 쉽지 않다. 친한 친구와 있어도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휴대폰으로 시선이 향한다. 계속 듣고 있으니 말하라며, 스스로 단단한 벽이 된다. 이런 건성으로 듣는 태도 때문에 위로보다 불화가 쌓이고, 대화의 맥락 대신 꽂히는 특정 어휘만 뇌리에 박히곤 한다.


비밀을 듣기 위해서는 상대방 삶의 맥락을 이해하기에 앞서 그의 말을 유심히 듣는 수밖에 없다(p. 8). 저자가 10년 동안 기자로 만난 이들은 혼자서는 안고 갈 수 없는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줄 때까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12·3 사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참사 유가족, 각종 혐오 사건의 당사자와 춥든 덥든 광장으로 나서는 이들까지. 유지영은 그들을 취재하고 들으며 스스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담담히 털어놓는다.


듣기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행위다. 내가 들은 말은 좋든 나쁘든 나와 내 삶을 바꾸었다. 나는 많은 사람의 말하기 덕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내게 듣기란 타인을 보는 창이고, 때로는 강강술래처럼 함께할 수 있는 놀이다. (p. 9)


그는 "나는 내가 들어온 것의 총체(p. 17)"라고 말한다. 우연히 내뱉은 말, 계속 기억되는 말은 모두 '듣는 나'가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들은 말의 무게를 무책임하게 옮기지 않고, '내가 정확히 그렇게 들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를 가꾸겠다고 다짐한다.


마지막 퍼즐 조각의 모서리가 빈 공간에 딱 들어맞은 것 같은 정확감, 내가 어찌저찌 흘러온 삶이 말하는 이의 삶과 밀착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물론 그것은 순전히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고, 말하는 이의 감정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말을 '나는' 그렇게 들었다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p.48~49)


요즘의 일상은 타인의 불편감으로 가득 차 있다. 저마다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털어놓으며 온전한 환대를 바라지만, 정작 감정 쓰레기통처럼 변해버린 대화가 듣는 이의 영혼에 어떤 생채기를 낼지는 생각지 못한다. 말에는 나만 가득 차 있고 답은 정해져 있다.


무엇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일 거라고. 내가 뭔갈 듣기로 결정했다면 그건 내가 그걸 듣고, 느끼고, 변화하겠다는 뜻이다. (p. 7)


제대로 듣기 위해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왜 나는 이 부분이 불편할까', '그 불편함은 내게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내가 들은 것을 쉽게 옮길 때 나의 듣기는 온당했는가', '나는 훌륭한 청자였는가'.


내 삶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남의 말을 담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제 듣기의 중심을 바꿔야 한다. 머리가 아닌 마음, 그 중심인 심장을 향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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