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 -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
노은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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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심리학 용어나 MBTI 같은 진단 유형이 흔해졌다. "너는 MBTI가 뭐야?"라는 말이 인사가 되고, 남다른 상태를 짐작하며 우울증과 번아웃을 거론하기도 한다. 어쩌면 복잡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빠르게 나를 설명하고 안도감을 얻고 싶어서 이런 이름들을 붙이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유형으로 묶는다고 해서 사람의 다면적인 모습이 말끔히 이해되진 않는다. 유독 나 자신에게 가혹한 우리는 익명 게시판에 사연을 올리며 "제가 이상한가요?" 묻곤 한다. 사람들은 댓글로 잘잘못을 가려주고 대신 화를 내주기도 하지만, 이 시끌벅적한 과정 속에서 진짜 내 감정은 소외된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 스스로 탐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겁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짚어준다. 일상에서 겪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모순된 감정과 불편함 등에 28가지 심리학적 이름을 찾아 붙여준다. 눈치껏 일하되 결과는 완벽해야 하고, 내 공은 겸손하게 낮춰야 하는 한국 사회의 심리적 역동 속에서 버텨온 마음들이 구체적인 언어로 확인받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사람들과 함께할 때 내가 반복적으로 맡는 역할이 있다면, 나의 성장과정 혹은 그동안 알 수 없었던 결핍이나 바람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P. 71)


기분이 좋을 때의 나를 '좋은 나'로, 기분이 나쁠 때의 나를 '나쁜 나'로 정의하지 않는지 나의 자기 항상성을 잘 살펴보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 내가 나를 '동일한' 사람으로 느끼지 못하면, 타인 또한 '동일한' 존재로 보기 어렵다. (p. 101)


감정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 스스로를 비난하는 대신,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자신에게 호기심을 갖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p. 272)


살다 보면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는 고통도 있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경험도 있기 마련이다. 파편처럼 흩어진 마음들을 하나씩 다듬고 조립해갈 때, 우리는 비로소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서두르지 않고 지켜보면 나만의 언어로 이름을 붙여줄 때가 올 것이다. 그동안 위로받지 못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데에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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