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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우주 - 더 잘 머물고 싶어 유영하는 삶의 기록
정영한 지음 / 북다 / 2026년 4월
평점 :
여름휴가 전과 후, 이 책을 찬찬히 읽었다. 용기가 없는 건데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안전지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20대 초중반의 나. 그때 나는 여행 에세이를 탐독하며 상상의 여행을 떠났다. 그런 나를 떠올리며 묻는다.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지금이 그려지냐고.
이른 나이에 아나운서가 된 작가는 최연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능력을 증명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 속에서 매일을 보낸다. 자연스레 계획 없이 훌쩍 떠나던 20대의 자유를 갈망하며 휴가를 내고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떠난 30대의 그는 달라진 시선에서 이전의 여행을 반추한다. 너그러웠던 어린 나와 경계심으로 세모눈을 뜨는 현재의 나. 경계에 서 있는 같은 또래로서 그의 감정에 깊이 공감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
나아가고 있는 방향 키를 조정하기 위해서,
흘러가는 젊음을 여행의 장면으로 조금이나마 묶어 두기 위해서. (p. 28)
간만에 여행자의 해방감이 묻어나는 문장을 읽으니, 흘러가는 생각을 붙잡아 둔 지 오래됐다는 걸 자각했다. 붙잡고 흘려보내는 것이 소중하던 날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생각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다. 편안한데 왠지 갇혀 있는 기분. 나는 그걸 바로잡으려 늦은 여행을 시작한 것 같다.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들(그가 2군으로 점찍어둔 지역)을 다니는 이야기를 보면서 특정 시기만이 주는 힘이 와닿았다. 초록의 반짝임, 안락한 숙소와 탁 트인 풍경 앞에서 가만한 시간을 갖는 것. 매년 달라지는 체력을 느끼며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겠구나 체감한다.
오직 ‘나’만 신경 써도 누가 뭐라지 않는 유일한 시기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아닐까. 그리고 이 시기에는 선택권도 늘어난다. 신체적 컨디션도 최상이고, 연애를 비롯해 사람들을 사귀기에도 좋으며, 가치관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된다. (p. 192)
그의 감상을 손으로 짚어가며, 체크박스 안에 열망을 가득 채우던 어린 내가 자주 소환됐다. 지난 시간에 머무르는 이유는 이 또한 과거가 되고, 계획은 자주 나를 배신한다는 명징한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마냥 소용없지는 않다는 모순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보는 데에 초점을 두기보다 내면으로 가라앉기 위해 떠나는 여행. 여행 앞에 ‘살아보는’이란 수식어가 중요하게 다가오는 건, 잠시 숨을 고르라는 뜻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