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의 탐스러움 픽셔너리 2
정기현 지음 / 북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다의 '픽셔너리 시리즈'는 작가 자신을 픽션화하는 중편소설 시리즈다. 그중 <이웃집의 탐스러움>은 작가와 동명의 인물 '기현'을 통해 이제는 옛말처럼 느껴지는 '이웃사촌의 정'이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인물들의 서사로 장면을 이끌어가는 점이 흥미롭다.


본가에서 독립한 기현은 기은-준영 부부의 옆집으로 이사하게 된다. 처치 곤란한 이삿짐의 일부를 그들에게 주며 인연은 시작된다. 집을 사느라 돈을 다 써버려 가구를 사지 못했다는 부부는 괜찮은 중고 가구가 보일 때마다 집에 들인다. 마침 기현의 가구도 그렇게 옆집으로 흘러 들어간 터라, 기현은 그들의 집에 방문했을 때 다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이를 계기로 함께 저녁도 먹고, 한 팀으로 지역 축제의 연극을 준비하는 등 보기 드문 친분을 쌓아간다.


가장 내밀한 공간인 집을 공유하며 서로의 생활상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것은 분명 낯설지만 따뜻하다. 소설은 이 관계가 텅 빈집의 공허함이 아니라, 주저 없이 옆집 초인종을 누를 수 있는 신뢰로의 발전을 보여준다. 우리가 잊고 있던 정이란 가치가 어디에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들면서.


처음 보는 이들과의 대화는 참 즐거운 일이다. 대화를 통해 우리는 몰랐던 세계에 눈을 뜬다. 말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자면 그곳에는 늘 아름다움이 도사리고 있다. 나는 그것을 아는 사람. (p. 23)


늘 새로운 이웃이 드나드는 집에서 자란 기현이기에, 뜬금없는 순간도 넉살 좋게 대처할 위트가 있었는지 모른다. 독특한 이들의 모습에서 위화감 대신 자꾸만 빠져드는 매력을 느끼는 건, 언제든 문을 두드리면 환영해 주는 이웃이 나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이란 울타리 너머, 단지 옆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친해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가까워져서 안부를 묻고, 계절이 바뀌면 몸이 자라 못 입게 된 자녀의 옷을 물려주고 받으며, 제철 음식이나 여분의 음식을 아낌없이 나눠 먹던 시절. 이웃의 울타리 안에서 탐스럽게 자라던 아이가 있었다.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손을 내밀던 다정한 순간이 있었다.


"여기에 거짓된 말은 한마디도 없으므로 이것이 저의 진심"이라는 기현의 고백처럼 이런 자연스러운 관계가 참 그리워졌다. 이들이 나누는 정이 무한하기를 바라게 된다. 이웃 그다음이 있다고 자꾸만 믿는다는 말과 같이 특정할 수 없는 무수한 다정함이 곁에 머문다면 우리 삶이 조금은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