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펑펑 - 나를 울리고 너를 배반하며 이룩되는 케이팝 이야기
복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평점 :

복길의 케이팝은 복잡하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케이팝 산업의 모순과 환멸을 날카롭게 짚어내면서도, 결국 환호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고백한다.
넓은 의미에서 케이팝은 한국 대중음악 산업 전반을 일컫지만, 보통은 대형 기획사를 주축으로 한 아이돌 문화를 말한다. 한국에서 케이팝의 영향권 아래에 있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케이팝을 부정하며 기묘한 우월의식을 지니기도 한다. 한 마디로 케이팝을 좋아한다는 것은 안팎으로 복잡한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케이팝은 사랑과 집착, 믿음과 맹신 사이를 줄타기하는 음악이다.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허공이니 우리는 늘 날카롭고 예민하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힘들 바엔 차라리 욕망에 솔직해지자는 거다. (p. 57)
팬덤 문화가 보여준 광기 어린 사건들부터, 케이팝의 본질처럼 여겨지는 '유사 연애' 그리고 연예인에게 가해지는 '강압적인 도덕적 잣대'까지. 기형적인 특성들이 대를 이어 지속되어 왔기에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는 해외 성과에 집착하며 그를 겨냥한 것이 빤히 보이는 음원들이 차트를 점령하니, 거대 권력관계에 신물이 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복길은 이처럼 딱 잘라 명명할 수 없는 산업의 모순, 애정과 증오, 온갖 담론을 시대를 넘나드는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풀어낸다. 치를 떨면서도 연어처럼 돌아올 수밖에 없는 케이팝의 지독한 매력을.
케이팝을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겐 시끄럽고 불쾌한 음악이지만 누군가는 그 음악을 들으며 삶을 견딘다. (p. 186)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은 무언가에 지독하게 의존하며 견딜 때가 있다. 대체로 많은 이들이 케이팝에 저마다의 빚을 지고 있다. 나도 그랬다. 이제는 사회적으로 '나락'이라 불리는 길을 가거나, 멤버들이 탈퇴하며 그들을 좋아할 수 없게 되면서, 서서히 '보통의 케이팝'에서 멀어져 갔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이 산업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보다 열렬히, 조금 다른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 일거수일투족을 좇으며 작은 멘트와 표정 하나에 일희일비하던 시기를 지나, 가수의 디스코그래피 속에서 내 삶의 궤적과 맞물리는 지점을 발견하며 지금 이 순간의 담백한 즐거움을 누린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간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줄면서 나는 자주 우울해지지만, 그 곡을 침대에서 들었던 경험만큼은 무척 아름다운 일이었음을 안다. (p. 197)
결국 다들 지우고 싶을 만큼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반짝였던 마음의 진가를 노래 한 소절로 기억할 때가 있다. 어쩌면 케이팝은 '향수'라는 키워드를 통해 그 시절, 우리가 그토록 지독하게 미워하고 앓았던 계절을 아름답게 재발견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