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주문 -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개정증보판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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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이 지옥 같던 사회 초년생 시절, <출근길의 주문>이 세상에 나왔다. '돈을 버는 게 이렇게 지옥 같다면 앞으로 남은 3~40년은 어떻게 버터야 하나' 막막하던 때였다. 당시에는 닮고 싶은 롤 모델은커녕, 실수만 보이면 이 잡듯 눈에 불을 켜던 이들뿐이었다. 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라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인데 불협화음만 생겨 괴로울 때 이 책을 교과서처럼 신봉하곤 했다.


시간이 흘러 개정판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설렜다. 과거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가 '어딘가엔 작가 같은 선배가 있겠지' 바라며 환상처럼 책을 읽었다면, 이제는 문장의 맥락과 그런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는 연차가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실수를 하고 일터에서 돈 벌기가 쉽지 않음을 실감하지만, 그럼에도 이전보다 단단해진 나를 믿으며 읽는 이 책은 앞으로 여성 직장인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짚어주는 듯했다.


작가가 말하는 핵심은 직장에서 소위 '사람 냄새나는' 인간적인 기대감을 버리라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는 노력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다(p. 75)는 말처럼, 친밀감에 기반한 신뢰가 아닌 자신의 능력과 자질, 적당한 거리 두기와 분명한 의사표시를 통해 입지를 다지고 부당한 처사에 맞서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가면을 써야 하는 순간에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로 여길 필요가 없다. 곧은 마음만으로 버텨내기 어려운 곳이 사회이고, 우리는 때로 휘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결국 이 거친 일터에서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의 의지뿐이다. 타인이 나를 송두리째 바꿔주고 성장시켜주는 판타지를 버릴 때, 비로소 주체적인 생존이 시작된다.


다종다양한 사람이 모인 직장에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 투성이다. 빌런들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이직하더라도 비슷한 일은 또 일어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내 시선을 바꾸어 직장의 빌런들이 나의 파괴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나만의 비책을 세우거나 숨구멍을 만드는 것. 부정적인 피드백에 갇혀 허우적거리기보다, 다음으로 넘어가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항상심은 이런 것이다. 우울증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신, 무엇이든 그러저러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잘 달래가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p. 180)


특히 여성이 조직 내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기 어렵기에, 책임을 지는 자리에 나와 같은 '그녀'가 존재한다는 건 나의 미래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여전히 책임은 피하고 익숙한 실무만 하고 싶은 주니어이지만, 언제까지 이곳에 머무를 수는 없다. 연차가 쌓여 말에 힘이 실리는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되면, 과거에 겪었던 부당함을 아랫사람에게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가뜩이나 나를 어려워하는 부하 직원 앞에서 '나도 힘들어!'라며 나약한 소리를 하는 선배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여성이 분명하게 의사 표현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이유 중 하나를 나는, 억울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당신이 ‘충분히 암시했는데 이루어지지 않은 요청들’을 쌓지 않기를 바란다. 원하는 것을 분명히 하면 좋겠다. (p. 34)


특히 여성이 조직 내에서 높은 지위나 직급을 갖기 어려운 문화 속에서, 책임을 지는 자리에 나와 같은 그녀가 있다는 건, 내가 여기에서 나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물론 책임 없는 쾌락, 그저 익숙한 실무를 하고 싶은 주니어이지만, 누구나 주니어의 자리에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관리자의 역할과 책임을 지고 통솔하는 사람이 되려면 내가 느꼈던 것들을 최대한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일 많은 건 하면 되는데 인간들 짜증 나는 건 도저히 못 해먹겠어.” (p. 254)


어쩌겠는가. 짜증 나는 인간들 틈에서도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이라면, 억울하지 않게 내 원하는 바를 분명히 하겠노라고. 징징대지 않고 묵묵히 내 일의 자질을 갈고닦으며, 나를 잘 달래가며 한 걸음 더 성장하자고 주문을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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