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 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의 365일 노동기
이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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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에도 상담원이 있다니. 생각지 못한 곳에서 우리말을 지키는 다정한 언어 수호자의 이야기는 지난 언행들을 돌아보게 했다. 상담이라는 고된 감정 노동 속에서도 힘든 기색보다는, 문맥의 흐름과 변화하는 언어의 쓰임 사이에서 수호와 변화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계속 주시하여 예외 상황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 두려는 노력이다. - p. 83


이미지로 그려지는 일의 형태가 있다. 누군가는 말끔한 정장을 입고 현장을 누비고, 누군가는 변화하는 그래프 사이에서 날카로운 지점을 잡아내며, 또 누군가는 힘들고 어려운 이들의 갈증을 채워준다. 상담사라고 하면 흔히 헤드셋과 마이크, 그리고 무례한 민원인이 떠오른다. 대개 거칠고 빠른 말투로 자신의 불편함과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만 온 신경이 곤두서 있는 이들을 상대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언어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화자의 의도와 맥락, 문법의 용례와 규범을 하나씩 짚어가며 ‘정확한 답’을 건네야 하는 입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언어의 세계를 사랑하는 나조차도 그 막중한 무게감 앞에서는 마음이 아득해진다. 


말은 늘 변하지만, 우리는 그 변화를 늘 한발 늦게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늦됨 속에서 성장하고, 갱신한다. - p. 51


저자를 포함한 국립국어원 상담연구원들은 상담 업무에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의문들을 풀기 위해 정기적인 회의와 토론을 이어가며 연구에 매진한다. ‘상담’ 뒤에 ‘연구’라는 두 글자가 붙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띄어쓰기 하나에도 사용자들의 편의와 국어 규범의 올바른 쓰임을 살피고, 구체적인 사례와 언어의 온도를 논리적으로 갈고닦으며 매일의 언어를 정비하는 그들의 뒷모습은 참으로 정성스럽다.


오늘의 낯섦이 다음에 있을 질문에 대한 답변의 초석이 된다는 것 말이다. 그렇기에 당황스러움 앞에서 해야 할 일은 새로 알게 된 것을 마음속에 잘 새겨 두는 일이다. - p. 25


알쏭달쏭한 맞춤법과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상대에게 건네는 말이 정확하게 닿기를, 진심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담창구를 이용한다는 것도 새로웠다. 모국어를 홀대하지 않고, 화자와 청자 모두를 배려하는 이타심이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내심 뿌듯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언어 규범은 명확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여전히 규범 바깥에서 흔들린다. 누군가를 어떻게 부르느냐는 문법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온도, 그 미묘한 결의 문제다. - p. 63


말이란 '아' 다르고 '어' 다르듯, 같은 문장이라도 억양과 어조, 크기와 감정에 따라 실리는 무게가 달라진다. 스쳐갔던 나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지금 적어 내려가는 이 글자 하나하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조심스럽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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