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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훔치는 남자들 - 피해자의 자리와 억울함이라는 무기에 관해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평점 :

우리 사회의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진다. 특히 '역차별'이라는 단어가 전방위적으로 쓰이는 현상을 마주할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다. 본래 150을 가졌던 이들이 100을 나누어 평등한 사회의 기틀을 만드는 과정임에도, 그들은 원래 내 것이었던 50을 뺏기는 것이 부당하다고 외친다. 이 모순된 논리에 대항할 '상식의 언어'가 점점 힘을 잃어가는 기분이다.
예전엔 말도 안 되는 주장에는 논리로 반격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논리조차 견고한 성벽을 쌓고 "반박 못 하겠지?"라며 승리를 자축한다. 그 당당함 앞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이들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이른바 '이대남'으로 대변되는 세대의 피해의식과 정치권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오히려 피해자 서사를 훔쳐와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한다며, 그동안 느낀 답답함의 실체를 정리한다.
나는 여성이다. 내 안에 수많은 의견이 있지만, SNS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늘 '안전한 쪽'으로 우회하곤 한다. 누군가의 오래된 권위에 도전하는 순간 돌아올 공격과 혐오가 얼마나 날 선 것인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별을 떠나 이토록 선명하게 본질을 꿰뚫는 글을 쓰는 저자의 용기가 더 대단해 보였다.
여전히 정치권은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혐오를 동력으로 삼고, 페미니즘이 사회적 화두가 되었음에도 여성의 자리는 여전히 위태롭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억눌린 마음이 바로 서려 할 때 일어나는 탄성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분노를 건강하게 풀어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본질을 살펴야 한다.
결국 바꾸려는 것은 거창한 권력 쟁탈전이 아니다. 나의 생존이 위협받지 않는 세상, 나의 존엄이 지켜지는 일상. 그리고 미래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토대. 그 뿐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들이 모여, 조금 더 다정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비난보다는 비판이, 혐오보다는 공존의 논의가 오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