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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삶 사이에서
조형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평점 :

나는 늘 한 발 뒤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크게 분노하지도, 선명하게 편을 들지도 못한 채 작은 표시만 남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태도가 부끄럽게 느껴져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책이다.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악인이 흔할까? (p. 7)
그래, 알고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사이코패스일 리 없고,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하루를 계획하는 사람도 극히 드물다는 것을. 그럼에도 수없이 스쳐가는 타임라인을 보면 온통 의도적인 악인들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다. 말 한마디, 선택 하나, 침묵조차도 끊임없이 의심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감각 때문이다.
<앎과 삶 사이에서>는 저자가 그동안 연재해 온 칼럼들을 주제별로 묶은 책이다. 각 글은 독립적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실리’ 이상의 무언가를 향한 질문이 공통으로 흐른다.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그 앎은 과연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 조형근은 거창한 정의의 자리에 서기보다 어중간하게 살아온 소시민의 위치에서 사회와 정치를 바라본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다채롭지만, 그 출발은 삶에 있다.
누군가 앞장서서 대신 비판하고, 분노해 주면 속이 후련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오히려 복잡해졌다. 명쾌한 결론 대신, 판단의 책임이 다시 독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책임'에 대한 감각은 송곳처럼 미세한 일상의 틈새를 파고든다.
실수할 수 있지만, 그것이 오랜 생각과 신념의 결과라면 과연 어디까지 개인의 책임으로 물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 앞에서 우리는 지치지 않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혐오가 일상화된 시대. 그가 꺼내는 이슈에 머리가 지끈거린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