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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 결심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개인주의자 선언>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선연하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나의 행복을 우선한다'는 사고방식은 어쩌면 작은 혁명이었다. 초개인화가 삶의 기본값이 되는 시대가 올 거라 상상하지 못했던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우리는 너무나 멀리 와 있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10년 전보다도 한층 더 솔직하고 꾸밈없는 얼굴을 보여준다. "결국 이 모두가 그저 살면서 거쳐가는 과정"이라는 그의 말처럼, 판사에서 전업 작가로 인생 2막을 시작하며 마주한 현실의 민낯을 담담히 고백한다.
'지금 이 일이 나와 꼭 맞고 너무 행복하다'는 식의 깔끔한 결말은 이 책에 없다. 대신 직업을 바꾸며 얻은 자유와 감당해야 했던 불안, 그럴싸해 보였던 계획들이 현실 앞에서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가 숨김없이 드러난다.
오랫동안 자부심을 갖고 일했던 조직에서 부정을 겪고, 결국 퇴사해 진짜 꿈을 찾는 과정은 살 전체와 밀접하게 닿아 있다. 내가 끊임없이 겪는 불안 역시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조차도 여전히 겪고 있는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가 써 내려가는 문장에는 첫 번쨰 삶에서 배어 나온 경험의 결이 진하게 묻어난다. 성공과 실패라는 단순한 잣대로 행위를 재단하는 사회 속에서도, 어떤 도움을 받았다면, 어떤 이득이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태도가 느껴진다.
현실에서 포기해야 하는 선택지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개인주의자 선언>이 벌써 10년 전 책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그의 이번 결심은 마침표로 끝나는 문장이 아니라, 줄임표가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의 결심'처럼 읽힌다. 여전히 흔들리고, 다 써 내려가고, 또 수정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