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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마음 없는 일 - 인스피아, 김스피, 그리고 작심 없이 일하는 어떤 기자의 일 ㅣ 닻[dot]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김스피'라는 필명으로 더 친숙한 김지원 기자의 신작 <일에 마음 없는 일>은 일과 마음 사이의 관계를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뉴스레터 <인스피아>의 비하인드 스토리, 기자로서의 일상, 흔들리는 직장인의 마음가짐까지 밀도 있게 담겨 있다. 나도 뉴스레터를 발행해본 경험이 있어 저자의 고민들이 유난히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 중, 인상 깊은 것은 '일을 대하는 태도'였다. 마음 없이 일한다고 말하지만, 결국 우리를 붙잡는 것도, 쓰라리게 하는 것도 일이라는 사실. 마음이 전혀 없는 일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일에서 좀처럼 보람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조직이 나와 맞지 않는 건 아닐까, 다른 일로 넘어가야 하나 고민하며 아팎으로 분투했다. "일은 원래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각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어렴품이 이해되기 시작한 것은 정말 최근의 일이다.
저자는 <인스피아>를 통해 '안전함'의 울타리 밖으로 걸어 나간다. 누가 읽을지 모르는, 익명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기묘하게도 마음 없는 일을 생동하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그렇게 4년을 버텨낸 그의 태도는 맹렬히 달려들지도, 겉으로 드러내지도 않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쌓아 올리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구조나 시스템의 탓을 하기보다는, 일단 내가 읽기에 재밌는 글을 만들어보는 일 말이다. (p. 146)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1년 넘게 뉴스레터를 발행하던 시간들. 일을 하기 위해 오히려 다른 일을 만들어 하던 때. 그때의 나는 무기력과 활력이 뒤섞인 혼종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을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짐짓 마음을 쓰며 내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던 날들. 아마 다들 그런 시기를 지나왔거나, 지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결국 말한다. 일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서사이며, 마음 없는 척하면서도 마음을 쓸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이 그 서사를 이끈다고.
나 또한 앞으로도 계속 변형되고 부침을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 없는 척, 사실은 마음을 쓰며 계속 일을 해보고 싶다. 김지원 기자처럼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게 우리가 각자의 일을 만들어가는 방식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