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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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대문자 L로 적힌 Life,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읽는다. 여전히 제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기운들에 얽매이고 휘둘리는 주인공을 보려고 읽는다. (p .26)

고닉의 세 번째 선집 <끝나지 않은 일>은 다시 읽기에 관해 말한다. "인생 초년에 중요했던 책을 다시 읽다 보면 긴 의자에 누워 정신분석을 받는 느낌"이었다던 그는 오독과 오해의 무더기 속에서 과거를 반추하며 앞으로 나아갔던 현재까지를 톺아보며 읽기를 파헤친다.

읽기의 시작, 그건 순전히 재미였지만 삶의 결정적인 순간들마다 순진함은 삶의 딜레마로 대체된다. 그건 페미니즘이었고, 너무 놀라 얼떨떨한 채 말을 잃었던 순간에서 엄정한 현실의 장벽을 느낀다.

🔖이미 상처 입고 훼손된 자아로부터 우리 자신을 구원하려면 이데올로기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사실을. 열렬한 수사와 엄정한 현실의 요구 사이에. (p. 23)

그리고 다르게 읽기 위해 닳아버린 소설들을 다시 꺼낸다. <끝나지 않은 일>은 책 읽기를 통해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하여 이건 성장의 이야기다. "새로운 의미들을 발굴해 그 위에 양피지처럼 의미를 덧쓰고 고쳐 쓰고 겹쳐 쓸 뿐이다."

나도 그렇다. 다시 읽으면 전에 알고 있던 내용이, 등장인물의 인물이, 전개되는 서사가 기억과 달라 당황한다. 내가 이런 걸 읽었냐며 감동의 순간이 메말라 버리는 것도 다시 읽기의 미묘한 재미다.

나의 오류와 오독, 오해로 점철된 과거 위해 현재의 바름을 덧칠하는 것. 고닉만큼은 아니지만 나의 읽기를 돌아볼 수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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