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홈
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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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이 소설들은 이민자들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사실 모두가 집에 가는, 집에 가고 싶은, 집에 가려고 하는 이야기였다.

p. 316



하나도 버릴 게 없는 단편소설을 오랜만에 읽어본다. 문지혁 작가의 소설은 처음인데도 그의 색채가 무엇인지 또렷하게 전해졌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고잉 홈’이 누군가에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이지만, 또 다른 이에겐 도피하고 싶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작가는 그 접점을 명석하게 짚어내며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의도된 방황의 시작이자 도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표제작 <고잉 홈>을 포함해 화자들은 집에 가는, 집에 가고 싶은, 집에 가려고 애쓴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처럼 피곤한 톤이 곳곳에 얼룩져있다. 모두 헤매는 데 거침없다. 내면에 불안한 어린아이를 끼고 끝까지 질주해 닿은 곳은 내 나라, 내 고향, 나라는 사람이다.


하지만 벗어난 곳에선 정착할 수는 없다. 정착하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도피는 다른 결말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두 사람에게는 정착할 곳이 필요하므로. p. 309


미국은 개척을 상징한다. 박혜진 평론가의 말처럼 슬픈 운명을 개척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들에게 주어진 건 달콤 쌉싸름한 믹스 커피의 익숙한 맛이다. 


보통 소설집이면 두각을 드러내는 한두 작품이 머릿속에 남기 마련인데, <고잉홈>은 한편 한편 읽어 내려갈 때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는 여정의 느낌이 났다. 역시 시차 때문일까. 한 편 한 편 읽어내려갈 때마다 갱신하는 듯했다. 


그런데도 몇 소설을 꼽자면 잃어버린 딸, 그리고 아버지를 찾는 이야기인 ’크리스마스 캐러셀‘과 ’우리들의 파이널컷’이다. 끝을 향해 달리다가 마주한 그 사람의 남루한 진실이 보여주는 안도감, 허탈감, 부끄러움, 아쉬움, 미안함 그외 복잡한 감정이 두루 얽힌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잃어버리긴 쉽다. 되찾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헤매고 방황하는 미로 속에서 어떤 것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까. 모난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길, ‘그곳’과 ‘이곳’은 같다는 걸 작가는 말하려 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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