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쌓는 마음 마음의 지도
윤혜은 지음 / 오후의소묘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채 어긋난 기록은 뻔한 나로 살아낸 하루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하루가 되므로, 일기를 밀려 썼다기 보단 아주 짧은 이야기를 쓴 것 같다.


'마음의 지도' 두 번째 책 <매일을 쌓는 마음>은 작가가 기록을 통해 나를 마주하고 너와 함께 우리로 나아가는 시간의 퇴적과정을 다뤘다. 되고 싶은 나, 되지 못한 나, 선망하는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애틋한 사람, 애증으로 가득한 사람. 여러 인간 군상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일기로, 책으로, 가사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28살부터 쓴 10년 일기장이 어느덧 2칸 밖에 남지 않았다는 작가는 일기를 빈틈 없이 채워간다. 나도 두툼한 일기장이 여러권 있지만, 매일을 쌓는 그의 기록에 비하면 빈칸 투성이로 남겨둔 게 많아 다소 초라하게 느껴진다.

교정지를 하나하나 톺아보며 누군가의 기록에 밑줄을 긋고, 그 옆에 다시 기록을 쌓아 나가는 과정은 특별했다. 어릴 적 꿈에 다가선 건만 같은 설렘이 글을 읽는 내내 살랑살랑 마음을 간질였다.


기록보다 기억하려는 노력에 더 시간을 쓰는 밤을 보내고 싶다. 기억의 부피를 내 안에서 키울 수 있도록.


일기는 거대한 세계다. 개인이 일군 역사이자 재미있는 책이기도 하다.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보면서도 히죽 웃는 모습을 상상하면 단지 내가 된다는 건, 그저 나이길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그건 포기하고 버리는 게 아니라 그저 온전히 내 몫으로 인정하는 것임을 그를 통해 배운다.

삶은 무겁게 느껴졌는데, 하루에게 계속 말을 건네는 작가 덕분에 깃털처럼 한층 가벼워졌다. 계속 이렇게 살고 싶다. 가볍고 경쾌하게, 그리고 기록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가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