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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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소원>, <코끼리의 마음>, <잘 지내니>, <잘 다녀와>까지 어른들을 위한 따뜻한 동화를 쓰는 톤 텔레헨의 신작이다. 뜻대로 안돼서, 고민이 있지만 말할이가 없어서 끙끙 앓고 있는 동물 친구들에게 이번엔 다람쥐기 위로를 건넨다. 동물 친구들은 갑자기 묻는다.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지', '내가 행복해 보이는지',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있는지'. 꽤나 철학적이며 존재론적인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다람쥐는 적합한 위로를 해준다. 억지로 짜낸 설탕 발린 말이 아니라 상대를 기다리는 태도로 한 발짝 앞서가 이들을 바라본다. 


귀 기울인다의 뜻은 '듣는다'에 방점이 찍혀있다. 하지만 우린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 조급증에 걸려 실언을 하고 예상치 못한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말은 크게 필요 없다.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충분한 건, 언제나 몫은 당사자의 것이며 각자의 삶의 방식에 따라 해결책도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다람쥐는 올바른 위로 방식을 취한다. '조언'이나 '충고'라는 서두를 붙이기보단 침묵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며, 신중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전한다. 침묵은 이 말이 새어나가면 상처가 될 수도, 적절한 처사가 아닐 수도 있기에 취하는 태도라 확실히 이 친구는 위로 천재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난 네가 전혀 싫증이 안 나. 아마 절대로 싫증 나지 않을 거야. 결코.넌 정말 확실히 예외야!" 

그러고는 다시 앞다리와 귀를 흔들어댔다. (p. 126)


다람쥐는 생각에 잠겨 어스레한 숲을 걸었다. 고통을 느끼는 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다람쥐는 그렇게 개미에 대한 감탄을 가득 안고서

너도밤나무 위 자신의 집으로 올라갔다. (p. 167)


막상 물으면 쉽사리 답하기 힘든 질문 속에는 선택을 한 뒤에 따라올 불안감이 깃들어 있다. 매해 각종 힘듦과 부침에 단련되는 것 같아 보여도 항상 새롭게 닥쳐오는 각종 불운은 우리의 앞날을 걱정하게 하며 이런 자신을 굳건히 믿어줄 사람을 찾게 한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아니 믿었다가 좌절할까 두려운 현대인에게 '정확함'은 소원이다.


다람쥐는 고슴도치에게 인사하고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깊이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나는 오랫동안 생각을 못할까?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다람쥐는 비틀,넘어졌다가 목소리를 가다듬은 다음 생각에 잠긴 채 계속 걸었다. (p. 21)


다람쥐가 하는 말과 행동은 정답이 아니다. 다만, 그는 누군가를 생각하는 태도에 정성을 다한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친구들의 말을 곱씹으며 위로를 해준 자신은 좋은 친구일지 고민한다. 이런 모습을 보며 다람쥐는 이미 좋은 친구라고 여겼다. 착함을 가장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 비일비재한 일상 속에서 내 몫의 고통을 나눠지려 고민하는 사람은 드물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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