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살아온 나에게 고맙다
김나래 지음 / 부크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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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삶을 오해하면서도 끝내는 이해하고 싶어 그 문들을 열고 닫은 흔적들을 여기에 옮겨 적습니다. 마지막 문을 닫고 나오며 그동안 살아온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작가의 말 中)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은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 그리고 많은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다. 전자는 적당한 무심함을 삶에 적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후자는 겪은 일이 많아 적절히 체념할 줄 알아서 부럽다. 난 결국 내려놓는 법을 알고 싶은 복잡한 사람이라 힘들다.

 

인생을 함께 걸어온 나는 차근차근 돌아보는 이 책은 저자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했던 다짐과 약속들, 깨달음과 이해들을 엮고 있다. 지나갔으니 얘기할 수 있는 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녀의 자서전을 읽은 느낌이다. 지난날은 이 글에 묶고 새로운 자서전을 써내려가기 위한 호흡이 느껴졌다.

 

지금의 나는 내가 되고자 했던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정확히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내가 되어야만 하는 그 사람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 무엇을 꿈꾸었든지 간에 결국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음에 감사한다. (p. 122)

 

미국으로 훌쩍 떠나 몇 년간 흘러가는 대로 살면서 환경의 변화는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몸소 깨닫는다. 학창시절 무심히 대했던 친구의 부고는 뒤늦은 후회를 하게 만든다. 부모님이 자신에게 해주셨던 관심과 사랑에 지금의 주체적인 내가 될 수 있어 감사한다. 어떻게 흘러왔든 지금은 결국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음에 만족한다.

 

그녀는 자신의 발자취를 담담히 되짚는다. 부정한 생각들에 굴복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 충실하기 위해 매듭짓는다. 나는 여전히 못하고 있는 것들이라 부러웠다.

 

매일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 일을 선택했고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인생은 무엇이고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또 인생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답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내가 이 질문들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 답을 영원히 알 수 없을지라도 그런 시도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순간이 내게는 소중하다. (p. 132)

 

아직 난 만족하지 못해서 내가 나라서 감사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여전히 이루지 못했고 그게 내 탓이든, 세상 탓이든 화의 대상이 불분명해서 불만도 많다. 그럼에도 결론은 나도 저렇게 되길 바란다. 나도 살아줘서 고맙다고, 스스로가 불안에 떨지 않고 확신에 차있길 바란다. 복잡한 일을 제쳐두고 읽어내려간 글은 조금이나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나를 앞으로 잡아당긴다. 종종 오해하면서 끝내는 이해하고 싶은 인생이 던지는 질문에 목청껏 답할 수 있는 배짱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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