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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다 임마 - 오늘을 버텨내는 우리들에게
장성규 지음, 이유미 그림 / 넥서스BOOKS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요새
기운이 축축 처졌다. 오늘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서 버티는 것만이 답인 걸까 물음표가 주위를 뒤덮어 다짐을 하기 어려웠다. 그럴 때, 눈에
들어왔던 <내 인생이다 임마>. 이 때다 싶어 책을 들고 멀리 바람 쐬러 나간 웅성거림이 가득 쌓인 카페에서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마음 한구석이 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꾸임 없이 솔직한 장성규 아나운서의 글은 TV에서 보는 이미지와 확연히
달랐다.
내가
장성규 아나운서를 알게 된 건, JTBC <아는 형님>이다. 장티쳐란 별명으로 패널들을 쥐락펴락하고, 뜻밖의 분장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엄청 웃긴 아나운서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뉴스도 진행했고, MBC 신인 아나운서 발굴 프로그램이었던 <신입사원>에서 최종까지
갔었다니. 과거의 스펙에 여러 번 놀랐다. 그뿐이 아니라 대범하고 용기 있는 인싸 기질의 사람인 줄 알았는데 소심하고 팔랑귀에 방송 울렁증까지
있다고 한다. 학창 시절에는 따돌림도 당하며 자존감도 많이 낮았다는 이야기를 읽는데 그는 순수한 노력파 인싸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절망에 갇혀 있지만은 않았다.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만큼 아끼고 도와주는 친구도 있었다고 말할 만큼 주위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런 그의
공감능력은 훗날 자신을 크게 위로해주는 친구를 선물해주기도 한다. 삼수 끝에 대학에 들어가고 회계 공부를 하며 이 길이 내 길인가 고민이 많던
이십 대 후반, 그는 자신의 방향을 크게 유턴한다. 차마 입 밖에 꺼내진 못했지만 겉으로는 하고 싶어 안달 난 일, 그건 "넌 그거 되게 잘할
것 같은데?"라고 인정을 받으면 불씨처럼 살아날 숨은 열정이었다. 그건 바로 아나운서! 그의 은사님도, 친구도, 친척도 모두 아나운서 하면 잘
할 것 같다고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건넨다. 그렇게 시작한 아나운서의 길은 용기를 내보게도 해주고, 나란 사람을 성장시켜 주는
고마운 업이 된다.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지 못해도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책하면서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먼 미래가 아닌 현재를 보며 무엇으로
행복을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찾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지도 본능적으로
알기를 바란다. (본문 중)
꿈에는
늦은 나이가 없다. 그럼에도 우린 나이를 걱정한다. 당연히 암묵적인 제한이 존재한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생각까지
지배된다. 그도 그랬다. '아나운서를 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인가?', '여기서 실패하면 나는 어쩌지?' 하는 보편적인 고민이 드러난다.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주어진 일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찾으려 할 것! 나이란 고민은 절대 해결되지 못한다.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래서 <신입사원>이란 프로그램에 나간다. 매주 자신만의 끼를 뽐낸다. 그간의 무대 경력과 그만의 관종 능력(?)으로 대중을
휘어잡는다. 그렇게 각인된 이미지는 JTBC에서 알아주었고, 자신을 불러주는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주었다. 노력과 최선,
중요하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를 표출해내는 사람이 있지만 그 틈에서 "행복함"을 드러낸다면 그건 또 다른 경쟁력이
아닐까?
주제 파악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다. 출발이 느리다고 전전긍긍하지 말자. 나의 답답함이 책을 읽으며 느슨해진 건, 내가 가진 고민은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민은 고민대로 놔두고, 나는 내가 가야 할 길만 바라보면 된다. 움직이고, 도전하다 보면 그게 꼭 원하는 결과가 아니어도 기회는 뜬금없이 손을 내밀 테다. 결국 한 방송사의 간판 아나운서가 되고 "장성규"란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