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발뮤다를 세우고 성장시켜 온 '테라오 겐'의 이야기. 이 책을 읽기 전엔, 토스터기로 유명한 회사라는 것 빼고는 아는 게 없었다. 책을 펼치기 전에도 그저 발뮤다가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초점을 맞췄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한 CEO의 성공 비법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의 굴곡이었고, 재능이 있다고 자신을 끝까지 믿어온 결과는 빛난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부모님의 이혼과 어머니의 부고, 사춘기의 반항심으로 가득 차 적응하지 못했던 학교생활 그리고 자퇴까지 순탄하지 않았다. 비록 풍족하지 못했지만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지냈던 시골생활도 있었고, 어머니와 만나 받는 사랑은 그에게도 행복이었다. 하지만 잔잔히 흘러가는 행복은 갑작스러운 불행 앞에 연약했다. 그는 늦게나마 깨달았다. 어머니가 그동안 자신에게 주려 했던 사랑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녀가 가르쳐 준 가르침을 따르고자 어머니의 보험금을 경비로 마련해 지중해로 떠난다. 그 당시 나이는 17세였다.

 

당시 우리는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도, 자립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됐다. 동네에서 악명 높은 불량배라고 해도 결국 부모의 보호 아래 있었다. 내가 알던 놈 중에 가장 삐딱했던 놈도 밥은 집에서 먹었으니까. 홀로 설 수가 없어 자유롭지 못한 것도 모르고, 불평불만만 외쳤다. 그야말로 어린아이의 어리광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도 한참 어린애들이었고. (p. 87)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지도 않았던 시절, 오직 지도 한 장만이 나를 안전한 숙소로 데려다줄 수 있다. 그는 어린 나이에 홀로서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낯선 나라에서 자신을 지키는 일은 스스로 먹고, 입고, 즐기는 모든 것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부모가 마련한 울타리가 따뜻하고 안전하단 것을 드디어 깨닫는다. 더불어 나를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단 사실로 체감하게 된다. 그는 여행에서 음악이란 꿈을 찾아 1년이 넘는 긴 여행의 종지부를 찍는다. 젊음의 패기와 자신감은 '재능'에 엄청난 힘을 실어준다. 덕분에 그는 레코드 회사와 계약하고 무대의 생활을 한다.

 

10년간의 음악생활은 재능과의 줄다리기였다. 그는 오만하게 멤버들과 스태프를 대했다. 자신만이 옳다고 믿었고, 쉽게 화를 내기도,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 10년은 나를 내려놓는 일처럼 보였다. 나를 믿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뼈져리게 느낀다. 그리고 회사의 사정으로 계약이 종료되자 이제 음악의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가 온다. 그건, 우연히 알게 된 제품 제작이다.

 

꿈이 끝났다는 건 가능성을 잃었을 때가 아니다. 애초에 우리는 가능성을 잃을 수 없으니까. 꿈은 그것의 주인이 열정을 잃었을 때에야 비로소 끝을 맞이한다. (p. 176)

 

'혁신'과 '아이디어' 두 개를 가진 자신을 믿었다. 발뮤다는 작은 월세 집에서 수공업으로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투자를 받기 위해 머릿속 생각을 실물로 만들었다. 지적을 받으면 수긍하고 보완하고자 했다. 음악을 하던 시절의 고집스러운 그는 유연하게 바뀌어 있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점으로 달려가 관련 책들을 모조리 탐했다. 그렇게 부족한 지식을 채웠고, 아이디어는 풍족해졌다. 마지막이라 여겼던 시기는 이런 그의 자신에 대한 끝없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성공은 믿음이었다. 나를 내가 믿지 않으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굴곡진 인생이 발뮤다라는 정체성으로 발현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야심은 허황된 꿈같았지만 꿈은 이뤄내면 현실이 되었고 후세대의 무한한 가능성이 되었다. 자기 손으로 가져온 변화를 믿고 소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다시 혁신을 이루어내는 원동력이란 매력을 보여주는 삶이다.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언제나, 누구나, 그 가능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내 인생 전부를 걸었을 때에야 비로소 역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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