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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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타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키가 전부인 베어 타운에서 일어난 끔찍한 성폭행 사건은 엘리트 선수인 케빈이 경찰에 잡혀가면서 다시 침체되기 시작했다. 그의 죄가 명확함에도 뛰어난 선수라는 이유로, 남자라는 이유로, 그의 부재로 경기에서 졌다는 이유로 마을은 피해자인 마야를 비난하고 욕한다. 놀라운 정도로 잔인하게 여론은 진실 앞에서 권력의 손을 들어주었고, 베어 타운에서 계속 살아가야 할 마야에겐 지옥을 선사했다.

프레드릭 베크만은 전작에서부터 보여준 사회문제(성폭행, 이기주의, 정치권력의 싸움 등)를 더욱 폭을 넓혀 『우리와 당신들』에서 보여준다.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분량 때문이 아니라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함 때문에 읽기 힘들었다. 주인공 모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데 결국 해결의 여지는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하키를 희망이자 유일한 해소 창구로 바라보았고, 승부로만 판정되는 스포츠 세계 속에서 어린 학생들은 힘을 겨루고 노력한다. 때론 부정한 방법들이 오가도 승리를 위해서 그쯤은 눈 감아도 된다. 어린아이들이 벌써부터 잔인한 룰을 알게 되는 게 마음 아팠다.

소설은 온전히 현실을 담아냈다. 소설이니까 희망적인 얘기는 해도 될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마야는 성폭행 당한 아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녀의 아버지는 하키팀을 져버릴 수 없어 팀을 살리기 위해 다시 달려간다. 그녀의 동생은 누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고, 엄마는 여전히 자신이 할 수 없는 것들을 뼈져리게 깨닫는다. 마야는 혼자서 굳건히 모든 시선과 힘에서 살아간다.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볼 점은 하키가 정치에 이용되는 점과 벤이의 성 정체성이 밝혀지면서 마야와 같은 희생양이 생겼다는 점이다. 벤이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자 마야를 찾아가 묻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마야는 벤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나는 생존자에요." 마야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고, 벤 이의 일을 떠벌이고 다닌 사람이 자신의 단짝임을 알자 바로 그녀에게 달려간다. 너도 결국 똑같은 사람이었냐고. 어쩌면 벤이가 화를 내야 할 일을 직접 한다.

하키는 하키일 뿐이다. 사람들은 경기장에서 그들을 선수로만 인식하지만 밖에서는 소문에 휩싸인 불순한 사람으로 본다. 다 같이 버티며 사는 존재이면서 농담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떠벌린다. 심지어 라이벌 구단은 이 소문들을 비열하게 응원으로 사용한다. 이를 듣는 선수들과 가족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개개인의 상처는 공동체에게 유흥거리뿐인 걸까.


기본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지금의 삶이 아니라 누렸어야 하는 다른 삶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 도시와 마을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그들의 엄청난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으면 소소한 이야기부터 귀담아들어야 한다. (p.96)


소설에는 완벽한 선과 악이 없다. 모두 우리에게 있는 양면적인 모습을 베어 타운이란 하나의 공동체로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은 자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능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하는 자도, 지긋지긋한 마을 떠나는 자도,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자도. 우리 사회도 그렇지 않은가. 희망이란 바뀔 거라는 막연한 기대이기도 하지만 결국 운명에 어떻게 맞서는가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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