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와 책만 있다면 - 인생의 중반, 나는 다시 책장을 펼쳤다
임성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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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인생의 전환점으로 마흔을 떠올린다. 인생 곡선을 그려봤을 때, 삶의 중간지점이면서 사회적, 가정적으로 안정된 시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직장생활이 가져온 염증,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 미혼에겐 결혼 압박 등 변화를 강요하고 또는 갈구하기도 한다. 과연 마흔만이 흔들릴까? 나는 마흔과 동떨어진 나임에도 이 책에 녹아들 수 있었다. 기본교양처럼 탑재된 불안감과 인간관계, 이별 등의 키워드는 나도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 임성미는 자신의 삶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낯섦과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고백한다. 교사의 삶이 좌절되었을 때, 가장 힘들었지만 우연한 기회로 돌고 돌아 독서교육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내가 포기했던 일이 어느 순간 이루어질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 간의 혹독한 흔들림 속에서 자신을 지탱할 수 있게 도와준 책들을 소개한다. 그녀가 소개한 책들은 인문, 심리학 분야가 많았다. 이 책들은 '힘내세요', '나도 그래요' 등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그치지 않고 깊게 자신을 사유할 수 있도록 문제의 근원에 집중하게 만든다.

 

융이 말하는 자기실현의 과정, 즉 개성화는 자아가 무의식의 여러 측면을 발견하고 통합하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려면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의식을 발달시켰고,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가면(페르소나)을 쓰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p. 52)

 

융은 중년기를 강조한 심리학자다. 이 책에서 융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중년기의 문제는 모두 '개성화' 즉, 자아와 무의식의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되기 때문이다. 중년은 그동안 쌓인 경험을 통해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자칫 이 점은 명쾌하기보단 자기 답습이 되기 쉽다. 그녀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말해준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나란 인간은 불완전하고, 이기적이고, 편협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러셀은 말합니다. 우리의 동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반드시 이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요. 또 '스스로 자신의 동기를 의심'하고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생각'에 빠져 있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죠. 이는 매우 중요한 말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우월한 위치에 올려놓고 싶어서 나는 옳고 정당하다, 타인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갖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자기의 행동이 이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자각을 하게 되면 타인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집니다. 겸손이란 자신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타인을 위해서 자신을 일부러 낮추는 건 겸손이 아닙니다. 자신이 어떤 동기를 갖고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면 그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p. 196)

 

'기분이 태도가 되게 하지 말자'라는 명언처럼 감정에 휩쓸리게 되면 해소는커녕 감정에 매여 끌려다니는 인생이 될 수밖에 없다. 흔들리며 힘든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적정선에서 컷! 할 수 있는 단호함은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인 결정은 감정이 일상 전반에서 뛰놀지 않도록 도와준다. 감정을 표출하며 해소하는 건, 중요하지만 '저 사람은 왜 저래?', '쟤 때문에 되는 일 없어' 등의 남 탓은 설사 그 사람이 잘못을 했을지라도 나를 위한 감정이 아니다.

 

자연히 자기 기준에 어긋나는 사람을 만나면 불편하고 그를 비난하고 싶어집니다. 그로 인해 나의 내적 평화가 무너집니다. 그러면 이렇게 불평이 시작되지요. '저 인간 때문에 출근하기 싫어'라고요. 하지만 그런 태도는 내 일상의 기분이나 감정의 원인을 외부의 '그 인간'에게 내맡기는 꼴이 됩니다. 이건 너무 억울한 일이지요. 내 일상의 행복이 '그 인간의 행동'에 달려 있다니요. 그러므로 내적 평화를 이루려면 외부의 그 무엇 때문이 아니라, 그 외부의 사건을 이해하는 내 방식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외부의 사건이나 사람이 내게 영향을 주고 내 감정을 건들 수는 있지만 그것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일에 온전히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습니다. (p. 294~295)

 

 

 

이 책을 읽으면서 작년이 힘들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감정에 매여 버렸고(비록 그 사람들이 잘못했지만) 해결은 누가 대신해주지 않는단 걸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자 아파하고, 분노하면서 곪아가는 건 나뿐이었다. 결국 나를 망가뜨렸다. 에너지가 잘 흐를 수 있는 물꼬를 트는 일은 나만이 할 수 있다. 상황에 흔들려도 나를 부정하고 의심하며 감정에 흔들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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