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진실 - 우리는 어떻게 팩트를 편집하고 소비하는가
헥터 맥도널드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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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악마의 편집이 당연한 듯 돌아다닌다. 우리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핸드폰으로 손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편리함은 진실로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들었다. 굳이 어려운 길을 걷지 않으려는 심리는 권력에 휘둘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었다. 때론, 옹호자가 되었다가 오보자가 되고 오도자가 되어 짜집기된 편파적인 자료를 '진실'로 믿게 되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힘든 만큼 짜임새 있는 정보들이 신념을 어지럽힌다. 적당히 편집해서 내보인 소식은 없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사실이며, 그것이 설령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더라도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우리 의견에 담긴 내용은 내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공간과 긴 시간, 수많은 대상에 걸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의견은 '남들이 알려준 내용'과 내가 상상하는 내용을 끼워 맞춘 것일 수밖에 없다." (p. 26)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내용 중 '한 치의 오차도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몇 개나 될까? 넓어진 세상만큼이나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은 줄어들었고, 간접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건 한계가 생겼다. 인간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마녀사냥으로 특정 집단을 매도해 버릴 수 있는 힘을 대중들이 가졌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권력을 휘두르는 사실에 희열을 느끼며 극한으로 상황을 몰아 넣는다. 사실을 편집해서 그럴싸한 인과관계를 만들고, 감성을 자극할 요소를 집어넣은 그럴듯한 진실이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스토리의 힘은 대단하다. 때로는 정당화될 수 없을 때조차 손쉽게 사람들을 설득해낸다. 스토리에 이런 힘이 생기는 것은 스토리가 우리로 하여금 복잡한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태곳적부터 내려오는 인간 심리의 패턴을 활용한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스토리를 무조건 '진실'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그 스토리가 '여러 진실 중 하나'에 불과할 때조차 말이다. (p. 177)

 

스토리는 유도하는 미끼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기관, 기업, 기사들은 대중들이 그렇게 믿을 수 있게 간교하게 조작한다. '여러 진실 중 하나'가 위험하게 사용된다. 그래서 저자는 '제대로 된 스토리'를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궁무진한 스토리만큼 듣는 이가 도출할 수 있는 결론도 여러 가지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이건 내가 속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다.

 

무언가에 관해 얘기할 수 있는 진실은 보통 한 가지 이상이다. 경합하는 진실을 건설적으로 사용하면 좋은 방향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을 이끌 수 있다. 그러나 경합하는 진실을 가지고 우리를 오도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p. 395)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상만큼 진실도 한두 개로 정의 내릴 수 없다. 스토리를 엮어내는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쥐락펴락할 수 있다. 스스로가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오보로 나타난 진실 앞에 "미안, 그게 아니었네." 하고 말뿐인 사과는 힘이 없다. 의심하는 태도와 비꼬는 시선이 시류에 편승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자고 일어나면 논란이 불거지는 시대 속에서 각자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고 존중할 수 있는 길은 "어떻게 팩트를 편집하고 소비하는가"에 달려있다. 편집을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법칙을 살펴보면서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내가 오도자가 돼있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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