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너라는 계절 - 한가람 에세이
한가람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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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 못해도 사계절은 같이 지지고 볶아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들었다. 과연 한 해를 그 사람과 지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서로 알 수 있는 막역한 사이일까? 주변에 오랜 사랑을 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하나같이 여전히 모르겠고, 사랑이 식어간다고 말한다. 결국 시간이란 사랑의 단물을 빼먹는 괴물인가 싶다.

한가람 작가님은 매일 같이 사랑을 했다. 짝사랑, 어긋난 사랑, 썸, 차인 사랑, 찬 사랑 등 온갖 종류의 사랑이 그녀를 스쳐갔다. 바람처럼 휙, 가버린 마음은 태풍처럼 커지고 나서야 사랑이라고 말했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능숙해지긴커녕 더욱 바보 같아지는 것만 같아서 이렇게 글로 적어내려간다. '넌 그런 내 맘 알기는 했니?'라고.

 

너는 나의 여름이었지. 너무 덥고 짜증이 났었는데 도무지 잊히지 않는. 내 생애 그런 여름은 오직 너뿐이었어. 더 이상 내 계절에 여름은 없어. 없어졌어. 네가 나의 유일한 여름. 헤어지는 것밖에 방법이 없던 나의 유일한 여름. 괜찮아. 난 뜨거운 건 너뿐이면 족하니까. 참, 나, 인생의 책이 바뀌었어. 좋아하는 색깔도, 음식도. 여름이 그렇지 뭐. 이리 지나가버리면 그만인걸. (p. 109)

 

이상기후가 종종 생기면서 여름에 눈이 오기도 하고 겨울에 한여름의 무더위가 찾아오기도 했던 2018년의 어느 날처럼 기억되는 계절의 한 조각, 그건 바로 너란 사람 때문이었다. 서로의 마음이 작열하는 하는 태양이었는데 냉수를 확 끼얹은 상태가 돼버렸다. 긴 연애도, 짧은 연애도 결국 이별 앞에선 주저앉게 된다. 덜 하고, 더 한 고통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는 걸 알면서도 이리 지나가버리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남이 돼버릴 테니까.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랑받고 싶은 간절함은 구석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엄마에게 칭얼대던 어린아이가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사랑은 금방 잊는다. 쉽게 지워졌다가 사랑 같은 유치한 짓 다신 안 한다고 큰소리칠 때 다가온다.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시작하는 건 내가 바보라서가 아니라 못난 내가 괜찮아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용기 있는 자들이다. 글을 읽다 보니 계속해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나는 무한한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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