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산책 - 요나의 요리일기
요나 지음 / 어라운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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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에 연재되었던 '재료의 산책'이란 코너가 4권의 얇은 요리책으로 출간되었다. 재료 본래의 맛을 살리기 위해 조목조목 따져가며 레시피를 만들고 요리하는 요나 님의 모습에선 즐거움이 잔뜩 묻어 나온다. 자신을 위한 요리를 하는 그녀의 손끝에서 잊힌 손맛이 끌어올려진다.

그 해, 그 계절을 나타내는 음식들은 제철이란 말이 알맞다. 연근, 아보카도, 아스파라거스, 샐러리, 여주 등 나에겐 생소한 재료부터 쑥, 귤, 감자, 고구마 같은 친숙한 재료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저마다의 계절에서 탄생하는 아이들이었다. 매일 마트에서 보기 때문에 항상 수확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때가 되어야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손님이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에서 혜원이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시골로 내려왔던 것처럼 요나 님 역시 내려놓고 얻은 기록들이 다시 시작할 힘을 주었다. 나를 위한 음식들은 거창한 양념과 신념이 필요 없다. 그녀는 '밥 좀 잘 먹고살고 싶다'라는 소박하지만 어려운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되면서 마음의 폭도 넓어졌다.

음식에는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묘한 마법이 있다. 제사상에 올릴 음식 귀퉁이를 몰래 뜯어먹던 기억부터, 넘치는 귤을 하나씩 까서 잼을 만드는 할머니의 뒷모습까지 다시 느낄 수 없기에 아쉽고 그리운 잔상이 아른거린다. 요리에 소질도 흥미도 없지만 누군가의 요리 영상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건, 앞으로 경험할 수많은 맛에 자연의 신비가 깃들길 바라기 때문일 테니까.


어쩌면 요리가 어려운 이유는 재료를 멋들어지게 포장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긴장을 내려놓자. 재료는 그 자체로 충분히 빛나는 선물이다.
- 가을의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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