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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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도 혹은 읽지 않아도 마음에 남는 문장은 누구에게나 있다. 들려오는 노래 속에서, 드라마 속에서, SNS 감성 피드 속에서 글은 남겨지기 위해 존재감을 떨쳐내듯 쏟아진다. 마음에 자신의 방을 만든 글들은 점차 서랍을 들여놔 차곡차곡 쌓이고 손을 끄적이게 만든다. 그렇게 쌓인 '대변자'는 공유되어 멀리 날아간다.

백영옥 작가님은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공유해주었던 분이다. 앤을 보지 않았던 나도 그녀가 내뱉은 문장들에 공감하고 미소 지었다. 그 이후로 수많은 만화 캐릭터들이 책 속에서 살아 숨 쉬었다. 그 시절 그 만화를 봤던 사람들은 추억 속에서 현재의 고단함을 씻어냈다. 이번에 그녀가 건네는 이 책도 비슷한 작용을 한다.


'내가 지금 뭘 해야 하지?'
이건 옳은 질문이 아니었어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것이 옳은 질문이었습니다. (p. 201)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을 때, 들춰보았던 책 속엔 또 다른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빨갛게 그어진 선을 최상의 조건이라 믿으며 딱 그만큼까지 에너지를 부으며 열정과 절제 사이 어디쯤에 머무른다. 질문이 많아진다는 건, 올바르게 살고 있다는 증거고 풀어내야 할 삶의 숙제가 남아 있다는 소리다. 그녀는 질문에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책 속을 헤맨다.


결국 진짜 문제는 나 자신을 희생할 만큼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거죠. 상대가 내게 어떤 에너지도 빼앗길 원치 않기에 곧장 거리를 두게 되니까요. 내 공간, 내 시간, 내 취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p. 46)


내가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이기심이 넘친다고 말하지만 주위엔 억울하게 착한 사람만 많은 것 같다. 여전히 우리가 중요하고 좀 더 나만 생각해도 된다고 책들이 말하는 것 보면 소수의 이기주의자들이 다수의 소심자들을 억울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주관은 생겼는데 표현하지 못해 끙끙댄다. 힘들면서 표현하지 못한다. 헤매지만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한다. 이 속에서 '여기까지'라고 그어놓은 빨간 줄은 의미 없어 보인다.

표지의 일러스트처럼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다 우유를 넘치게 만들어도 된다. 흘린 우유는 닦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닦아내며 살면 되는 거라고 다독여 본다. 혼자여도 괜찮고 함께여도 괜찮다고. 나는 여전히 소중하니까 내가 하는 건 그냥 뭐든지 다 옳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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