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골든아워 1~2 세트 - 전2권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8 골든아워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왜?'란 물음이 계속 생성된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이렇게까지 몸 바쳐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했으면 돼야 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 아닌가? 읽는 내내 한국 사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차올라 몇 번이고 책장을 덮었다. 이국종 교수님은 한국에 중증외상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희생하셨다. 전문직, 의사, 환상 이 세 가지가 결합된 직업을 갖고 있는 그이지만, 책에서는 무참히 짓밟힌 현실이 보인다. 그는 말한다. '돈 벌려고 일을 한다'고. 감정에 휩싸이면 힘들어지는 건 자신뿐이라고. 그렇지만 응급환자가 생기면 헬기를 타고 넘치는 핏물을 받아내는 게 그였다.

 

환자의 죽음과 보호자들이 쏟는 눈물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내 환자들이 숨을 거둘 때 나 또한 살이 베어 나가듯 쓰렸고, 보호자들의 울음은 귓가에 잔향처럼 남았다.(p.329, 골든아워 1)

 

얼마 전 SBS 뉴스에서 그를 취재한 영상을 보았다. 짧은 영상이었지만 무전기를 내팽개치는 장면은 인상 깊게 남았다. 그는 국정감사 때 말했다. 무전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고작 그거 하나가 승인되지 않은 게 8년이라고. 절차와 승인의 원리원칙은 칼같이 지키면서 효율성을 따진다. 책에도 쓰여있다. 낡은 수술복과 간호복, 쉴 공간조차 마련돼있지 않은 외상센터의 현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투여한 약품들을 손해라며 없는 재정에서 깎아내는 병원까지. 희망 따윈 없는 곳에서 그는 버텼고, 하루를 살았다,

 

 

최선을 다한다. 그 말의 허망한 실체를 잘 알고 있었으나, 나조차도 그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상황에 계속 빠져들었다. 제대로 된 장비조차 가지지 못하는 난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 갈수록 자괴감은 무겁고도 깊게 나를 짓눌렀다.(p.264, 골든아워 2)

 

정부와 대중은 반짝 관심을 갖고 만다. 탁상공론이 널린 사회에서 "효율성"은 요청과 비명을 무시하기 딱 좋은 변명거리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에서 효율성이 다 무슨 소용인가? 이젠 죽음마저 돈이 있어야 막을 수 있는 암담한 현실에 눈이 감긴다. 이토록 최선을 다할 수 없다. 내가 여태까지 해온 노력과 과정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는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다. 얼마 안 되는 그의 동료들은 요즘 사람들이 외쳐대는 워라벨이 없다. 그들은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고 환자들의 생사를 결정한다.


그는 인력충원, 적절한 약품과 혈액 및 의료도구 제공, 정부 차원의 센터 운영비 지원, 헬기 민원 해결을 반복해서 말한다. 16년에 걸친 유서 같은 기록들은 현장의 반의 반도 담지 못한다. 2권으로 요약되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반짝' 관심이 아닌 '활짝' 열린 결말이 필요하다.


희망조차 사치인 중증외상센터의 환경은 누구도 바꿀 수 없다. 명백만 간신히 유지한 게 놀라울 따름이다. 병원이 기업이 되는 현실이 아닌 사람을 살리고 치료하는 본연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이해타산을 따지며 책상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말만 할 게 아니라 현장을 한 번이라고 방문해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적용해야 한다.


경제적 환경만 좋아지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것인가? 의식수준은 사람을 구하는 헬기가 시끄럽다고 이곳저곳에 민원을 넣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적절한 훈련과 과정, 인력수급이 중증외상만의 '특혜'라며 반려될 것이 아니라 융통성 있게 운영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누군가는 몸이 망가진 상태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수술을 하고 압박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다. 우리의 편안함은 누군가의 희생에 의해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인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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