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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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미각은 처음에 강렬하고 쎈 맛을 추구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본연의 맛을 추구하게 된다고 한다. 자극에 더 이상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인체의 신비다. 입맛처럼 감정도 차분해지길 바란다.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아파하며 자해한다. 내가 나를 더 보듬어주고 사랑해주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양창순 박사님은 감정을 보다 담백하게 만드는 방법을 자신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글은 그녀의 다짐과 같다. 심리를 공부하고 업으로 삼은 나 같은 사람도 스스로를 컨트롤하기 힘들니 "우리 함께 내려놓아 볼까요?" 하고 뒤에서 조용히 내 손을 꽉 잡아주는 느낌이 든다.


 

그 대신 사람들은 적절하게 착하고, 적절하게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더욱이 그런 사실은 사람으로 인한 경험으로만 체득할 수 있다. (p. 183)

 

불완전한 게 당연하다고, 때에 따라 착하고 나쁘고 성실하고 비겁한 거라고 그게 인간이라는 이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를 하나로 규정짓고자 했던 마음을 풀어주었다. 사람은 때에 따라 다르다. 친구로서는 좋은데 직장동료로서는 별로인 사람이 있고, 집에서는 꼴도 보기 싫은데 밖에서는 완전 딴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다. 각자만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데 보편적인 취향으로 끼워 맞추려 했던 나 자신도 보였다. 가면은 그 사람의 것인데, 남의 가면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난도질을 해댄 격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잣대를 적용하면서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 역시 당위성의 횡포다. (p. 117)

 

얼마나 많은 당위성의 횡포를 부려왔을까 돌아본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처럼, 건넨 만큼 받아왔을 테다. 담백한 삶은 어떤 상황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아니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남에게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관계에 있어 오해와 이해가 갈등을 빚는 건, 내 고집을 100% 남에게 수용시키려고 아둔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한다. '담백한 사람'은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담백한 사람'의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잔잔하고 한결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다.

(p. 31)

한결같은 사람들은 이 사람, 저 사람 나눠가며 대하지 않는다. 적당한 선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만큼 내비친다. 감정을 전면적으로 보이기보단 한발 물러서서 시간을 가지고 보여준다. 그것이 기쁨이든, 분노든, 슬픔이든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감정 컨트롤러가 적절하게 작동되는 담백한 이들을 보면 저절로 존경심을 느낀다.

생각의 대부분은 쓸데없다고 한다. 감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를 괴롭히는 감정은 쓸모없다. 스스로 걸러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관계'를 좀 더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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