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중했던 것들 (볕뉘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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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손을 아무리 꽉 쥐어도 손끝으로 새어나가는 모래처럼 결국 떠나보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해 그리움이란 자국을 남기고 떠나간 이들의 이야기를 이기주 작가님은 적어 내려간다. 전작인 『언어의 온도』를 읽었을 때처럼, 작가님은 이름 모를 사람들의 대화를 기록해 얼어있는 현실을 따뜻한 시선으로 녹일 수 있게 만든다. 소중하지만 익숙해서 팽개쳐진 마음은 어느 노부부의 애정 어린 싸움에서, 누군가가 남긴 편지에서, 남몰래 흘리는 어머니의 눈물에서 찡하게 흘러나온다.


"인간은 기분이 나쁘면 기운을 낼 수 없는,
기분의 산물이고 기분을 연료로 하는 기분의 기계이다." (p. 111)


한때 과거에 머물러 있다. 현재에 없다. 헤어지고 나서야 느끼는 그 사람의 빈자리, 버려진 추억의 강렬한 인상, 욱하는 마음에 쏟아버린 얼음장 같은 말은 이미 나를 떠나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쳤고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왔다. 내 기분으로 인해 주변의 기운이 달라진 적이 여러 번 있었고 밤바다 그들의 소중함을 느껴 눈물짓는 날이 많아졌다. 기분이 나쁘다고 '한때' 머무르게 한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에서 언급되는 영화 <어바웃 타임>은 더욱 '한때' 소중함을 증폭시킨다. 영화의 한 대사처럼 우린 "그저 이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니까.


그렇게 나를 버티게 하는 사람은 내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고(p. 113), 어떤 그리움은 삶의 은밀한 동력이 되어(p. 122), 나이가 들수록 짙어지는 주름만큼 성숙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하고 즐겁게' 순간 그 자체가 소중함이며 매일 그것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 주문 같은 것이다.

작가님의 글에 어머니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까지 그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며, 사라지면 가장 아파할 기억이고, 여전히 함께 있다고 느껴야 할 가족이니까. 가장 가까우면서도 남보다 못할 때가 많은 가족에게 소중함을 표하며 가꾸어야 시간 여행을 하지 않아도 '한때' 특별한 추억이 되어 간직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가을은 힘겹게 얻은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계절이다. 여름과 겨울 중간에서 점점 머무는 속도가 빨라져 존재했는지도 모를 정도다. 가을의 말미에서 중심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미 잃어버린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기억하고 추억해 더 이상 소중함이 추억 속의 필름으로만 존재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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