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페이지를 만났습니다 -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심리코칭
김은미 지음 / 꼼지락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은 유리 같아서 한 번 깨지면 이어 붙이기 힘들다. 조심조심 다루지만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다잡기엔 나는 유약하다. 그럴 때마다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찾게 된다. 마음을 편히 내려놓고 싶은 사람 앞에서 고통을 토로하기도 하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음악을 들으며 위안을 얻고, 책을 읽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아픔을 꺼내보기도 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나를 이어붙이려 노력한다.

저자는 그때마다 그림책을 읽었다. 무수히 많은 삶의 질문들이 그녀를 옥죄여 왔을 때, 그림책은 질문 뒤 가려져 있는 아픈 나를 꺼내보게 했다. 그림책은 '근본'에 관해 묻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읽는 책은 결코 쉽게 읽히는 예쁜 책이 아니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생각의 실타래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림책은 지난 시간 나조차 외면했던 숱한 마음을 하나하나 끌어내 다시 돌볼 수 있게 도와주었고, 조금씩 자랄 수 있도록 안내해주었습니다. 나는 그림책의 도움으로 잊고 지내던 어린 시절과 만났고, 지금 모습 그대로도 온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필로그 中)


아이들도 자신들의 세상에서 노력을 한다. 남들과 다른 외모라서 혹시나 별종으로 취급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친구와 화해하기 위해 고민하고, 너무 좋아하는 책을 계속해서 읽으려고 도서관을 세운다. 그 아이들의 세계는 순수하지만 약하지 않았다. 순수함의 힘이 있었고 그것이 결코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음이 머물 수밖에 없던 이유가 여기 있다. 막혀있던 감정의 통로가 뚫렸기 때문이다. 그때의 마음 그대로 키만 자라 어른이 돼버린 내가 여전히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내가, 매일 어떤 놀이를 할까 고민하던 내가, 밤하늘의 별님에게 소원을 비는 게 습관이었던 내가 책에 있었다. 그 마음은 여전히 형태만 변한 채 본질 그대로 자리해 있다.


'나를 수용한다는 것은 나의 모든 것, 나를 둘러싼 세계, 내가 한 모든 행동, 내가 하지 않고 외면한 것들까지 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카밀라는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나'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여기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라도 그것이 문제가 될까요?" (p. 21)


변화한 외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서워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처럼 나도 주변의 시선이 무서워 무리에 들어가길 꺼린다. 나도 너희들과 놀고 싶고, 어울리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계속 나 자신을 숨겼다. 나는 나인데 왜 나를 너의 시선으로 물들이려 노력했는지 카밀라처럼 나도 나를 수용하기가 어려웠다.

계속 어려울 것이다. 마음이 머무는 자리에 있다고 해도 곧 떠나야 한다. 자리해 있던 온기를 계속해서 느끼려고 내가 스스로 변화하려 하지 않으면 마음은 상처투성이 그대로 일 테니까. 이젠 열심히가 아니다. 찬찬히 돌아보는 게 더 중요하다.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마음을 달래며 차근차근히 나아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