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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감 -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ㅣ 창비청소년문고 31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평점 :

초등학생 때, 내 책상 한 켠을 내어드렸던 김중미 작가님. 그녀는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 <종이밥>,
<괭이부리말 아이들>, <모두 깜언>, <조커와 나> 등을 통해 지금 나의 고유한 감수성을 만들어 주었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항상 사회적 약자가 등장했다. 달동네에 살며 힘겹게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이들이 희망을 만들어 갔다. 이들이 자주 등장할수 밖에 없었던 건, 그녀가 약자들과 '공동체'란 이름으로 더불어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에는 60~70년대를 살아온 삶에 있다. 빈부의 격차가 눈으로 보이는 그때, 서울로 모여든 이들은 보다 나은 삶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 한다.
김중미 작가님이 모난 사회 속에서 올곧은 가치관은 가진 것은 8할 이상이 부모님이셨다. 시대를 앞서 나갔던 교육관이 돋보였다. 학교에서 교복
치마가 짧다며 작가님을 체벌했을 때, 부모님은 맞서 싸우라고 힘을 보태주셨다. 그녀가 약자를 위해 나섰던 것은 깨지더라도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할 수 있는 용기를 학창시절부터 배웠기 때문이다.
그녀의 강연집에는 가난한 사람들, 외국인 노동자, 이주민, 양심적 병역거부자, 방치된 아이들,
장애 아동 등 복지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시대는 개혁과 함께 앞으로 나서 쾌적해졌을지 몰라도 여전히 그 사람들은
차별과 억압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권리'가 무엇인지, 왜 이토록 힘들게 살면서도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지는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두지 않아요.
이런 것이 바로 자는 척하는 거예요. (p.
126)
자는 척은 '내 주위 세상만'을 신경 쓰며 사는 삶이다. '나도 힘든 데 누굴 도와'라고 푸념을
늘어놓을 수 있다. 당연히 내가 힘들면 타인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린 손가락 까딱 한 번만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잠깐
시간이 날 때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도 있고, 투표를 통해, 의견을 다는 것을 통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관심은 충분히 둘
수 있다는 걸 강연을 통해 느꼈다.
저는 여러분 하나하나가
다 세상에 그런 균열을 내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더
숨 쉴 만하지 않을까요? (p. 163)
그녀는 '평화는 시끄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이 상품화, 획일화되어간다. 그 속에서 평화를 부르짖으려면 요란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약자는 조용히 목소리를 내면 묻히기 십상이다. 슬퍼도 슬픔을 피하지 않아야 성장을 통해 똑바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직시해야 할 문제들은 차고 넘친다.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목소리가 그녀의 책을 통해 살아 숨 쉰다. 작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숨통을 트이게 하기 위해서 그녀는 글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