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중력 - 사소하지만 소중했고 소중하지만 보내야 했던 것들에 대하여
이숙명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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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참 많은 것을 이고 지며 산다. 물건은 더더욱 그렇다. 매일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공격적인 광고에 속절없이 무너진다. 미니멀리즘이 유행으로 번진 것이 이해가 될 정도다. 사들인 물건에 과도한 애정을 품는다. 쓰지 않으면 쓰레기나 다름없는데 그 속에는 내가 그 물건을 사게 된 동기와 사연이 흘러넘친다. '쓰임새'보다 그 안에 깃들여 있는 '이야기'가 버리지 못하게 만든다.

저자는 물건을 사들이며 또 버린다. 멀리 장기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각종 물건들을 처분하고 옮겨 담는다. 그 과정 속에서 느낀 감정을 이야기한다. 특정 물건을 버릴 때마다 그 안에 담긴 사연들을 하나둘씩 꺼내놓으며 내가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 생각한다.

 

뭔가를 잃는다는 것, 놓는다는 것, 떠나보냈다는 것은 사실 그리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삶은 고여 있을 때보다 흘러갈 때 훨씬 건강하다. (p. 203)

 

'잃는다'에 초점이 맞춰지면 불안함과 아쉬움, 공허감이 순식간에 밀려온다. 버리는 과정이 어려울 뿐, 없어도 잘 살 수 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습관이 돼버리자 물욕으로 대체하려 한다. 물건을 사는 심리는 필요해서도 있지만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외로워서', '부러워서'이다. SNS에 올라오는 예쁜 사진에 혹해서, 나도 이런 비싼 가방 하나쯤은 있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나둘씩 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고 또 있는 물건을 처분하는 불상사도 생긴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새로운 물건을 사기 위해 이전에 사둔 물건을 처분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특히, 옷에 관심이 없는 저자가 비싼 브랜드의 정가도 모르고 중고나라에 값싼 가격으로 되파는 내용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그래도 그녀는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갔으면 됐다고 체념한다. 아무리 비싸도 내가 입지도 않고 방치하는 것보다 더 유용하게 입는 주인을 만나면 물건은 날개가 될테니까. 

 

취향 없는 사람의 눈에는 이 세계가 포화 상태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다들 무언가를 더 갖고 싶어 한다. 더 새로운 것, 더 멋진 것, 더 편리한 것을 갖고 싶어 안달한다. 그러고는 폭탄 돌리기 하듯 서로에게 짐을 떠넘긴다. 어쩌면 우리는 그걸로 공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공허감이든 허영심이든 불안함이든 뭐든, 채워지지 않을 무언가를. (p. 140~141)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을 갖고 있단 말에 공감한다. 홀가분한 삶을 위해서는 '견딜 때까지는 견뎌본다'는 자세도 필요하다.(p. 57) 넓어진 선택권을 참을성을 잃게 만들었다. 선택의 자유 앞에서 주체적이기 보다 더욱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거 말고는 당장 다 살 수 있고, 그렇게 하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p. 241) 물욕은 미니멀을 추구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은 욕구 충족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고 싶은 마음은 끊임없이 반복될거다. 다만, 얼마나 효과적으로 행동할지의 문제다.

소비를 해도 현명한 소비가 좋다. 유해물질을 쓰는 화장품을 거르고, 동물실험을 하는 기업을 거르고, 혐오 표현을 하는 광고를 거른다. 이런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사물과의 의리를 따지지 않는 좋은 길이다. 버리기 전, 저자처럼 사물의 이야기를 잠시 되새겨 보는 마음만 간직하면 되지 않을까? 물건은 사라져도 마음은 기억 속에 저장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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