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의 인생상담 (20만부 판매기념 특별판)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김신회 옮김 / 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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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신세계가 열리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고민만 늘어갔다. 하고 싶은 걸 다할 수 없어서 매일 갈등을 하고,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기 위해서 늘 신중해야 했다.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기 시작했고,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삶의 전반적인 고민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다들 나이 드는 게 처음이니까 그래서 불안한 거야."

 

모든 걸 다 아는 것 같은 어른도 계속 처음인 순간을 산다. 처음이니까, 나라는 존재가 2명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걱정과 고민만 늘어간다. 그 안에는 '잘하고 싶다'라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잘하고 싶으니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별거 아닌 일에도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우리는 늘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수많은 고민들에 대해 내리는 답변은 간단명료하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우리가 꼭 해야 한다고 하는 일들에 '왜?'라는 질문을 끼얹는다. 예로,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는 "사과를 꼭 할 필요가 있는지?"로, "취미를 어떤 것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는 "억지로 하는 게 취미인지?"로 반문하는 것이다.

 

[동성 친구를 좋아하게 됐어요] p.127


보노보노: 결정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힘든 일이지
포로리: 다들 힘든 일에서 도망치려고 하기 때문에 더 힘들어져.
보노보노: 도망치지 않으면 돼?
포로리: 응. 만약 상대가 눈치채면 어떻게 할 건지를 지금부터 정해놓는 거야.
보노보노: 그렇구나. 미리부터 정해두면 좋은 거구나.
포로리: 그래도 힘들겠지만.
보노보노: 역시 힘들구나 ······.
포로리:
보노보노, 사는 건 힘든 거야. 힘들지 않게 사는 법 따윈 없어.

 

때론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다가도 납득이 안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처럼 저들끼리 토론을 한다.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말이라 생각될 때가 있다. 이 밖에도 왜 보편적으로 정해놓은 평균에 우리가 맞추어야 하는지, 반대하는 사랑에 대해서는 왜 잘 안돼서 슬퍼할 걱정을 먼저 하는지,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건데 왜 꼭 해결해야 하는지 등 그들의 입장에서 우리의 고민을 바라봤을 때 비치는 모순점을 보여주며 생각해 보게 한다.

수많은 고민들이 보노보노와 친구들을 거쳐갔지만 해답은 없다. 오히려 '이게 답인가?' 싶다. 그건 모든 고민은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일 거다. 보통 고민의 해답은 자신에게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고민을 하든 하지 않든 너무 깊게 들어가 생각하다 보면 배배꼬여 머리만 아파진다. 때론 고민은 고민인 채로, 저 멀리 내버려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면서 잠시 숨을 고르는 건 어떨까 싶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모든 고민에 대해 "그게 어때서?"라고 말한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게 설령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준다. 우리가 고민을 안고 보노보노를 찾아가게 된 까닭은 이렇게 '그 자체'를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처음인 인생을 틀렸다고 생각하기 보다 내가 발견하고 개척해 나간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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