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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 - 한국경제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
김승식 지음 / 끌리는책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지방에서 자영업자로 산지가 7년이 넘어간다.
먹고 살만하냐고 묻는다면, 죽을 맛이라고 대답한다.
그럼 나만 그럴까?
아니면 아고라에 악성 댓글다는 사람들의 말처럼 덜 부지런해서, 아니면 씀씀이가 해퍼서, 부자 될려고 욕심 부리느라 무리한 투자를 해서 그럴까?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쉰다. 그것도 이 상가 전체가 쉬는 것이라 함께 쉬어야 하기 때문에 쉰다. 그게 아니라 자율이라면 당연히 안 쉬겠지. 남편은 그렇게 몇 년을 쉬는 날도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했다.
씀씀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도시락을 사와서 점심을 해결하고, 아이들 옷은 물려 입는다. 부자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먹고만 살면 된다. 그런데 이마저도 욕심이다.
이 상가에서 수십년을 장사한 베테랑들도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장사 수십 년했지만 지금같은 때가 없었다. IMF 때가 차라리 더 나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굶어죽을 판이라 남편은 낮에 급한 용무를 볼 수 있는 야간 일을 구해 새로이 취직을 했다. 좋게 말해 투잡이다.
그런데 아무리 구인광고를 뒤져봐도 취직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요즘은 3교대란 말이 없어졌다. 모조리 12시간 근무다. 정규직이란 것도 없다. 아니구나. 용역회사 정규직이구나.
이명박 대통령께서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었다고 본인이 일을 제일 많이한 대통령이라 자화자찬 하시며 훈장을 목에 거셨다. 대기업은 사상최고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지 않았나.
그런데 왜 나는 빚더미에 올라앉았을까?
취직을 할려고 해도 왜 일자리가 없는것일까?
대기업이 많은 돈을 벌어들여서 직원들에게 연말 성과급을 그렇게 많이 주었다는데 경기는 왜 이렇게 꽁꽁 얼어붙었을까?
입시전쟁을 뚫고 수천만원의 대학등록금 대출 빚을 지고 졸업한 대졸자들은 왜 비정규직 일자리 조차도 없어서 알바시장을 전전해야 할까?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주고, 전국민이 몽땅 밀어준 대기업이 수조원의 영업흑자를 이뤘다고 했으니 당연히 일자리도 늘려줘야 하는거 아닐까?
골목마다 대기업의 이름을 단 수퍼가, 빵집이 없는 곳이 없으니 뭘 해먹고 살아야 하는지?
괜찮은 업종은 경쟁력 있는 대기업에게 맡기고 중소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을 개발하라고 해서 열심히 개발했더니 납품가 후려치기는 끝이 없는 이유는 뭘까?
1960년대 부터 오로지 경제성장, 수출에 목을 매온 우리나라 정치권력자들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경제성장의 이익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기는 커녕 오히려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 기업을 밀어줬고, 국가권력을 등에 엎은 기업들이 이제 대기업이 되었다. 그렇게 성장한 대기업은 8,90년대와 비교도 안되게 성장했음에도 왜 우리 국민들에게는 성장의 혜택이 돌아오지 않을까?
IMF를 겪으면서 우리 금융시장은 외국인에게 개방되었고, 대기업 주식의 50% 이상이 외국인 소유가 되었다. 그래서 기업의 이익금의 대부분은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소리다. 국민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삼성전자도 휴대폰 팔아서, 현대가 자동차 팔아서 번 돈은 그렇게 빠져나간다. 대기업의 공장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 없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니, 30대 재벌 그룹의 고용비율이 4.5% 밖에 안 되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청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로 살아가는 국민이 80%라고 한다.
그래도 우리나라 권력자들은 대기업이 수출을 잘해야 국민들이 먹고 산다고 환율도 자꾸 올려주고, 세금도 깍아주고, 불법도 눈감아준다.
어제 대기업의 비리를 엄벌해야할 검찰 간부가 오히려 기업으로 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밝힌 노회찬 의원이 그 검찰로부터 유죄를 선고받고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돈 받은 검찰들은 지금도 법조계에서 잘 나가신다.
무소불위의 권력이요 돈의 힘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경제적 불평등의 해결책으로 경제민주화에 약간의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1987년 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에 지금과 같은 내용의 불평등에 대해 이미 다룬바가 있는데 2013년 현재와 비교해보면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너무 비슷하다는 점이다. 당시에 대학생이던 저자 조차도 한국 경제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그 해결 방법으로 민주화를 언급했는데, 지금의 김종인 씨가 주창하고 있는 '경제민주화'가 이미 이때 나왔던 이야기란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시장경제 스스로 불평등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자정 능력이 없는 이유는 당연하다.....그 경계를 설정해주는 것이 그 사회의 법과 제도를 통한 시장경제 질서다. 법과 제도의 구축은 정치와 국가의 몫이다. 법고 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은 시장경제는탐욕이 방치되어 경제력 집중을 낳고, 이것이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킨다. 우리 사회는 법과 제도가 미비하여 탐욕이 판치는 시장경제 사회가 되었다. 시장은 정의를 실현해주지 않는다. 정의의 실현은 시장의 몫이 아니라, 정치와 국가의 몫이다.' ---298쪽(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참조)---
그러나, 새정부는 과연 '정의 실현'에 의지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