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조가 말했다 문학동네 청소년 18
이동원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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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여학생이 자신의 실수로 죽었다.

너무나 큰 충격에 기억상실증과 함께 실어증에 걸린 주인공.

그 죽음과 관련한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추리소설 형식의 청소년 소설이다.

 

주인공은 어린시절엔 함께 야구를 했던 아버지와 지금은 말 한마디도 안 할 만큼 갈등 관계다. 그 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와 갈등을 겪고 있고. 이들 삼대 부자를 이어주는 야구가 주요 연결 고리다.

야구 선수 차림을 한 표지의 그림이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

 

 

주인공이 좋아하던 여학생 여울은 특수반 아이다. 특수반이란 설정은 나중에 여울의 죽음에 관한 미스테리를 푸는 중요한 장치이다.

실어증에 걸린 동안 sns상에서 '수다쟁이 조'가 대화를 나누었던 '엘'은 할머니이고, 돌아가신 할머니는 손님의 요구와 다른 헤어스타일로 머리를 만져주지만 아주 훌륭한 미용사로 칭찬 받고, 야구를 함께 하던 아버지와는 종교문제로 갈등하고, 친구 윈스턴, 반장, 여울의 죽음과 관계된 두 친구, 황색지 기자, 심리치료한다는 음악 선생님, 최면치료까지.

 

가끔 아쉬운 글들이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풀지 못하는 경우.

나에겐 이 책이 그렇다.

 

야구 경기 방식을 이용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점에선 참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작가의 의욕이 너무 넘쳤던 것일까?

등장 인물마다 너무 많은 사연들을 부여하다보니 정작 야구를 통한 삼대의 갈등 해결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복잡한 사연을 가진 윈스턴은 어쩌면 작가의 다른 소설에 등장했더라면 참 좋은 캐릭터가 됐을 듯하다. 이번 소설에만 등장하기엔 참 매력적인 인물임은 분명하다.

여울은 특수반이 아니어도 좋았고, 아버지와는 종교로 얽히지 않고, 판,검사나 의사 정도여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음악 선생님, 황색지 기자는 없었어도 괜찮단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참 탁월하다 싶다.

 

벌써 다음 작품에선 또 어떤 인물들을 탄생 시킬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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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천하최강 - 제6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49
정지원 지음 / 창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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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절친 4인방의 고딩시절의 뻔하다면 뻔할 추억담을 참 맛깔난 글솜씨로 버무려낸 잘 쓰여진 청소년 소설."

 

입시지옥에 시달리던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이 없었다면 우린 그 시절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을까?

1990년대 고등학생이던 천하최강 그들에겐 이소룡과 성룡이 있었고, 보고 또 봐도 지치지 않던 에로 비디오가 있었고, 그리고 친구들이 있었다.

공부로 전교 순위에 들던 영인, 주먹으로 전교 1,2등을 다투던 의리파 성운, 뚱보에다 눈물까지 많은 완균, 겁많고 소심한 승언.

천하최강 이 넷이면 무서운 것도, 힘든 것도, 외로운 것도 없던 고교시절의 이야기는 참 뻔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남학생들의 로망이라 할 이소룡을 흉내내 보거나, 선생님들에게 소심하게든 과감하게든 반항해 보거나, 일진들에게 기가 죽어 눈치보며 비굴하게 도망가거나, 부모 몰래 일시정지를 무한반복하면서 야한 비디오를 돌려보고, 가슴설레게 하는 여자를 따라다니며 구애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과감히 가출을 감행해도 세월이 흘러서는 그 모든 것이 추억이 되던 시절의 이야기.

 

88만원 세대가 되어 팍팍한 삶이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고 있는 승언의 회상을 통해 천하최강 4인 방의 각자의 삶을 추억하는 그 길의 끝은 페가수스 성운권을 날리던 의리파 친구 성운의 아픈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정말 뻔한 고교시절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소재들(이소룡, 에로 비디오, 재단 이사장, 가출)을, 결론이 뻔히 보이는 이야기 전개를 읽어가면서 빵빵 터지는 웃음과 눈물은 작가 탁월한 글솜씨라고 칭찬하고 싶다.

정말 고교시절 이야기로만 소설이 끝났다면 역시 청소년 소설은 어쩔수 없다는 씁쓸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고교시절을 지나 이제 성인이 된 멤버들의 본격적인 88만원 세대 이야기가 그 뻔함에서 이 작품을 구해냈다고 본다.

가끔 무슨 상을 받은 책을 읽으면서 왜 상을 받았는지 이해가 안 갈때가 있는데. 이 작가의 글은 상을 받을만하다 싶다.

그것도 창비청소년문학상이라니, 역시.

 

같은 88세대라고 하지만 88만 원 세대는 88 올림픽 꿈나무 세대와는 다른 시절을 살았을텐데, 천하최강 멤버들의 에피소드에서 너무 많은 88꿈나무 세대 냄새가 난다. 

또하나 아쉬움이 남는다면 마지막에 성운과 외국인 노동자 관련 사건은 억지스러움이 느껴진다. 굳이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어도 성운의 의협심을 표현할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친구들을 떠올려본다.

천하최강들과 공간이 다르고, 시간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다 하더라고 나와 한 시절을 함께했던 나의 친구들을 추억으로부터 불러내 본다.

나의 천하최강이었던 친구들아!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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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는 날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8
이수연 글.그림 / 리잼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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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인한 강제 철거와 새로운 보금자리로의 이주, 그리고 그곳에 깃들어 있던 추억을 그린 그림책. 

그리고 이 그림책의 대상은 아이들.

 

쉽지않은 주제다.

 

당연히 분위기는 무거워지고, 그림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부모님이 일하러 나가고 나면 혼자서도 잘 노는 나는 그림자 놀이도 하고, 강아지 랑이와 사람들이 떠난 적막한 동네 골목이지만 동네 골목을 뛰어 다닌다.

날으는 우산을 펼쳐 마지막 비행을 시작한다.

엄마, 아빠가 다니는 공장, 불빛도 집도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우리 동네.

그 가운데 한 줄기 불빛이 있어 나와 랑이는 그곳으로 날아가본다.

동네를 지켜주던 성당.

그 성당 너머엔 포크레인에 부서지는 우리 동네가 있다.

 

우리집도 이젠 이사를 간다.

"아빠, 우린 어디로 가는 거야?"

"랑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

 

달동네를 벗어나는 초라한 짐을 실은 이사 트럭.

어쩌면 우리가 이사할 동네도 지금과 비슷한 동네 일지도 모른다. 

 

온통 잿빛과 빛바랜 누런 빛의 물에 번진듯한 그림이 철거로 인해 떠나야 하는 이의 젖은 마음을 보는듯하다.

 

아이들과 책을 읽다보면 가끔은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닌가 싶은 책이 있다.

너새니얼 래첸메이얼의 '부러진 부리'란 책을 초등2학년 교실의 아이들에게 읽어준 적이 있다.

얼마나 이해할까 싶은 걱정을 많이했다.

그런데 내 염려보다 아이들은 오히려 더 많은 몰입을 했던지,

'마음이 우울해요, 둘이 친구를 만나 다행이예요,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노숙자를 놀리지 않을꺼예요.....'

기대했던 이상의 반응이었다.

 

표지를 통한 이 책의 첫 느낌은 무서운 판타지인가 싶었다.

온통 잿빛의 달동네 풍경에다가 정리되지 않은 듯한 헝크러진 머리의 소녀, 지저분하게 털이 자라버린 강아지에 우산.

맨발의 소녀가 입은 옷은 잠옷인가 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이 모두 아름다운 그림일 수는 없다.

아픈 현실을 다룬 그림책이다보니 사실적이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하나 꼭 지적하고 싶다.

표지 그림속의 여자 아이는 사실 내 눈에는 입이 찢어지고 눈이 뻥 뚫린 마녀로 보였다.

그래서 표지를 넘겨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내용에 대한 소개를 읽었기 때문이다.

표지 그림을 수정해보면 어떨까 조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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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 타이거스 - 2013년 제1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최지운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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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쯤되면 자기가 다니는 학교의 레벨이 곧 자신의 미래의 레벨임을 알게 된다. 

굳이 누군가가 친절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옥수동에 위치한 용공고의 오호장군들도 그런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맞은 편에 대한민국 상위 5%, 하늘로 부터 선택받은 사람들만 사는 남산빌리지와 퍼렇지오가 생기면서 감히 루저들의 대명사인 옥수동으로 조차도 불리기 싫어 서당동으로 '동'까지 만들 수 있는 위대한 힘의 소유자들의 자제들이 다니는 중앙외고 아이들과는 사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 어쩌면 우리는 그들과 사는 세상이 다르겠지.

사는 동네만 다른 것이 아니고, 법이 다르고, 미래도 다를 것이다.

그래도 단 하나 주먹 세계만큼은 부모의 경제력과 빽에 의해 서열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먹의 세기로 정해져야 하는 법.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 용공고 오호대장 5인은 중앙외고 캡틴파이브에게만큼은 절대로 질 수 없다.

 

찌질한 인생들만 재생산하는 공고 같은 것은 폐교 시키고 전망 좋은 저 곳에 귀한 자신들의 자제들이 다닐 초등학교를 짓기를 열망하는 선택받은 남산빌리지와 퍼렇지오 주민들의 열망대로 드디어 용공고는 폐교되고 세월이 흘러 그렇게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그 오호장군이 뭉친다.

 

영화배우로 활동하면서 부부가 된 두 사람, 카레이싱 팀 정비팀장, 프로게이머, 대형체인점을 전국에 거느린 요식업계 성공신화를 이룬 사장님이 된 오호장군.

 

달동네 이야기를 다루면서는 현실을 적당히 비꼬아 주는 센스를, 고딩 일진써클 간의 주먹 싸움을 이야기할 때는 무협지를 보는 듯하고, 시간이 흘러 그들의 훗날을 그리는 장면에서는 지나치게 성공일변도로 그려 판타지적이다.

 

읽는 내내 다른 한 편의 '써니'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미있으나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고,

현실적이나 지나치게 시퍼렇지 않고.

 

재미있고 재기발랄한 소설이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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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 아이의 사춘기가 두렵고 불안한 엄마를 위한 고민해결서
강금주 지음 / 북클라우드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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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건 초등 4학년 때부터이다. 

설마, 사춘기일까?

아무리 요즘 아이들의 사춘기가 빠르다기로 저렇게 어린 녀석이!

 

그런데 녀석의 사춘기는 빠른 것도 아닌 모양이다.

아이가 5학년이 되서 학교에서 만난 엄마들이 하나같이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를 외치는걸보니.

 

그럼 여기서 우리 아들이 사춘기인 증상들을 보자.

 

` 샤워장에 들어가면 30분도 넘게 나오지 않는다.

` 헤어스타일이 자주 바뀌거나 어울리지 않는 헤어스타일ㅇ르 고집한다.

` 쉽게 짜증을 내거나 갑자기 기분이 변한다.

` 옷에 대한 불평과 관심이 많아진다.

`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엄마와 이야기하는 시간보다 많아진다.

` 부모를 피해 혼자 방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 늦게 자거나 늦게 일어난다.

`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에 민감해진다

` 엄마, 아빠의 말에 공손하게 대답하는 일이 줄어든다.

 

저자 강금주 선생님이 들어둔 예에서 우리 아들이 해당하는 사항이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를 더 보태고 싶다.

엄마가 자신을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 

이런 나쁜 녀석, 내가 저를 어떻게 저만큼 키웠는데....

 

나름대로는 열린 마인드와 관련 책 꽤나 읽었다는 자만심에 눈에 힘깨나 들어가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나만은 사춘기 아들들과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란 착각에 빠져 살았던 모양이다.

어느 날 게으름 부리는 녀석에게 '이불 좀 개라'고 했더니  아주 맹랑하게 '싫어요!'란다.

좋게 말로 타일렀더니 '엄마가 하세요'라고 아주 당당하 게 말하는게 아닌가?

왜 엄마 말을 안 듣느냐했더니 '사춘기'라서 그렇다나 뭐라나.

 

여기서 난관에 봉착한다.

사춘기, 잘 알지.

나도 겪었고, 책에서도 봤고, 주변에서 늘 듣는 이야기 아닌가?

이걸 그냥 넘겨야 할까, 뭐라고 해야하는 걸까?

 

"아이가 십대가 되기 전에 생활의 작은 규칙들과 질서를 훈련시키면, 이후 부모와 심대 자녀는 모두 사는 게 편해진다. 가르쳐야 할 때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이 인생에 부모가 모르고 저지르는 범죄행위와도 같다."

 

나는 저자의 충고대로 사춘기와 이불 개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억지로라도 시켰다.

 

요즘은 그놈의 스마트 폰 때문에 아들과 신경전이다.

다른 친구들 다 있는데 자기는 꾸진 폰이라서 왕따 당하는 느낌이라나, 친구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스마트 폰을 꼭 사줬으면 좋겠단다.

스마트 폰은 아무리 좋은 이유를 끌어다 붙이더라도 십대 아이들에겐 백해무익의 골치덩어리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내가 사줄 수 없는 이유를 들지만 아이는 짜증을 냈다. 결국은 부모로서의 권위를 사용하는 수밖에.

'니가 부모의 집에서 살고,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동안에는 부모의 말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로 일단락 시켰지만 아이들은 아마 스마트 폰을 사줄 때까지 조를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충고한다.

십대들이 아무리 사춘기라고하나 아이들 앞에서 어른으로서의 권위는 절대 잃지 말라고 말이다.

부모가 권위가 없는데, 선생님 말이 무서울까? 그런 아이들이 교실에서 선생님과 맞짱을 뜨게 되고, 자라서 아이의 말만 듣고 학교로 찾아가 선생님을 아이들 앞에서 두들겨 패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법을 지키고, 도덕을 지키겠는가?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초4부터 중3까지 내 아이 사춘기가 끝나기 전 꼭 읽어야 할 책!"

 

초등 6학년이 된 아들이 욱하면서 일어섰는데, 녀석의 키가 나보다 더 크다.

팔씨름한다고 손을 잡았더니 나보다 힘이 더 세다.

그런 녀석이 흥분해서 덤빈다면하고 상상해본다.

 

녀석이 턱 아래에도 안 닿는 엄마, 아빠를 우습게 알기 전에 가르칠 건 가르쳐야겠다.

 

30여 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발행해왔고 청소년 전문 상담가로 활동해온 강금주 선생님의 30년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사례집이라 생각해도 좋을 책이다. 십대 뿐 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미리미리 읽어두어도 좋을 책이다. 부모로서, 어른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지에 대한 바른 어른되기 지침서로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십대 아이들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하소연하는 지인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었다.

나보다 더 명쾌한 답을 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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