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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천하최강 - 제6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49
정지원 지음 / 창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절친 4인방의 고딩시절의 뻔하다면 뻔할 추억담을 참 맛깔난 글솜씨로 버무려낸 잘 쓰여진 청소년 소설."
입시지옥에 시달리던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이 없었다면 우린 그 시절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을까?
1990년대 고등학생이던 천하최강 그들에겐 이소룡과 성룡이 있었고, 보고 또 봐도 지치지 않던 에로 비디오가 있었고, 그리고 친구들이 있었다.
공부로 전교 순위에 들던 영인, 주먹으로 전교 1,2등을 다투던 의리파 성운, 뚱보에다 눈물까지 많은 완균, 겁많고 소심한 승언.
천하최강 이 넷이면 무서운 것도, 힘든 것도, 외로운 것도 없던 고교시절의 이야기는 참 뻔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남학생들의 로망이라 할 이소룡을 흉내내 보거나, 선생님들에게 소심하게든 과감하게든 반항해 보거나, 일진들에게 기가 죽어 눈치보며 비굴하게 도망가거나, 부모 몰래 일시정지를 무한반복하면서 야한 비디오를 돌려보고, 가슴설레게 하는 여자를 따라다니며 구애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과감히 가출을 감행해도 세월이 흘러서는 그 모든 것이 추억이 되던 시절의 이야기.
88만원 세대가 되어 팍팍한 삶이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고 있는 승언의 회상을 통해 천하최강 4인 방의 각자의 삶을 추억하는 그 길의 끝은 페가수스 성운권을 날리던 의리파 친구 성운의 아픈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정말 뻔한 고교시절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소재들(이소룡, 에로 비디오, 재단 이사장, 가출)을, 결론이 뻔히 보이는 이야기 전개를 읽어가면서 빵빵 터지는 웃음과 눈물은 작가 탁월한 글솜씨라고 칭찬하고 싶다.
정말 고교시절 이야기로만 소설이 끝났다면 역시 청소년 소설은 어쩔수 없다는 씁쓸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고교시절을 지나 이제 성인이 된 멤버들의 본격적인 88만원 세대 이야기가 그 뻔함에서 이 작품을 구해냈다고 본다.
가끔 무슨 상을 받은 책을 읽으면서 왜 상을 받았는지 이해가 안 갈때가 있는데. 이 작가의 글은 상을 받을만하다 싶다.
그것도 창비청소년문학상이라니, 역시.
같은 88세대라고 하지만 88만 원 세대는 88 올림픽 꿈나무 세대와는 다른 시절을 살았을텐데, 천하최강 멤버들의 에피소드에서 너무 많은 88꿈나무 세대 냄새가 난다.
또하나 아쉬움이 남는다면 마지막에 성운과 외국인 노동자 관련 사건은 억지스러움이 느껴진다. 굳이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어도 성운의 의협심을 표현할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친구들을 떠올려본다.
천하최강들과 공간이 다르고, 시간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다 하더라고 나와 한 시절을 함께했던 나의 친구들을 추억으로부터 불러내 본다.
나의 천하최강이었던 친구들아!
그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