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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속사정 - 알고 보면 지금과 비슷한
권우현 지음 / 원고지와만년필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양은 다 똑같지!'.
나는 그 말이 '삼시 세끼 밥 먹고 사는 것이 똑같고, 자식 때문에 속끓이며 사는 것이 똑같고, 나이들면 죽어 한 평 땅에 묻히기는 너나 없이 똑같겠거니'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알고보면 지금과 비슷한 조선의 속사정' 이 책도 그런 생활사를 중심으로 서술된 모양이라 추측했다.
물론 많은 지면에서 조선의 생활사를 다루고 있다.
조선 시대에도 냉면을 돈을 주고 사먹었다는 이야기, 김연아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듯이 스케이트 타는 걸 보기 위해 구름떼 처럼 사람들이 모여 구경했다는 이야기, 과거 시험장에서의 커닝 소동, 요즘 진한 선팅이나 무분별한 자동차 튜닝과 음주운전을 단속하듯이 그 시절에도 가마단속이 있었다는 이야기,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던 도박과 담배와 관련된 건강 논쟁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야기이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모양새는 마찬가지란 말이 빈 말은 아닌게 확실하다.
가난한 백성들 주린 배와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어살'은 권력자들이 백성들 손에서 빼앗아 갔고, 나름 합리적이었다는 평을 들었던 세금제도도 삼정의 문란으로 인한 민란까지 발생할 정도가 되고 보니, 언뜻 국민연금 납부거부하자는 오늘자 신문을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착각이 일 정도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지게되는 국방의 의무, 돈과 빽 없는 가난한 자들만 가는 곳이된지 오래인데 병역비리 문제는 조선의 사정도 지금과 별반 다름이 없었단다.
역사를 왜곡하고자 꾸준히 시도했던 원균의 후손들, 일부는 성공을 했는지 오늘날 드라마나 역사책 어딘가에는 원균이 대단한 맹장이며 임진왜란에서 아주 큰공을 세운자란 내용이 나올 때가 있다. 친일파를 독립운동가로 역사를 왜곡하고, 국립묘지에 묻히는 자들과 다를바 있을까?
연산군과 맞짱 떴던 일개 유생도 '언로는 보호되어야 한다'며 두둔했던 신하들이 그시절에도 있었다는데, 인터넷에 정부정책을 비판했다고 감옥에 넣은 오늘은 그때와 비교해 언론의 자유는 오히려 더 후퇴한 모양이다.
절대 왕정의 시대였던 그때도 권력 게임에서 지면 차기 왕권을 쥔자 조차도 뒤주에 갇혀 죽임을 당해야 할 정도였으니, 권력 게임이란 것이 얼마나 줄타기이며 무시무시한 게임인지는 굳이 오늘날의 파란기와집과 전국에서 국민들이 뽑아 둥근지붕 집으로 보냈으나 날마다 몸싸움만 일삼는 그곳, 국가의 정보를 수집하느라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유머글에 댓글 다는데 쓴다는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면 이 게임에서 밀리면 목숨보전하기는 그른 것은 '속사정을 알고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만은 확실하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 싶었던 말은
'돈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삶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똑같다'가 아니었을까?
조선 시대에도 우리같은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들은 고단한 하루의 시름을 잊고자 담배 한 대를 나누고, 장한종의 '어수록'에 담긴 음담패설에, 김윤보의 풍속화에서 위로를 얻었다하고, 오늘을 사는 나는 이 한 권의 책에서 위로를 얻는다.
이 책의 뒷장 참고자료에도 올라있지만 푸른역사에서 펴낸 강명관의 '조선의 뒷골목 풍경'도 함께 읽어보면 참 재미있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