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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금지 ㅣ 느림보 그림책 43
백미숙 글, 오승민 그림 / 느림보 / 2013년 4월
평점 :
강아지 똥이 그랬듯이, 세상에는 아무 쓸모없는 존재란 건 없나 봅니다.
펑크가 나서 골목에 버려진 똘이네 아빠 차의 타이어 조차도 다 쓰임새가 있답니다.
그러니 지금은 모나고 미운 짓을 하는 우리 아이들이라고 언젠간 세상에 꼭 필요한 동량이 되지 말란 법 없지요.
펑크난 타이어는 새 이름을 얻었습니다.
'주차금지'
똘이 아빠가 이름을 지어주고 할 일도 정해주었습니다.
골목에서 다른 차가 서지 못하게 지키는 일입니다.
원래는 쌩쌩 달리던 주차금지는 이일이 마음에 안 듭니다.
쓰레기 차, 포크레인, 자전거, 심지어는 유모차 바퀴로라도 따라 가고 싶지만 다 안된다고 합니다.
이제 주차금지는 정말 아무데도 쓰일 데가 없는 필요없는 존재가 된 것일까요?
눈내리는 추운 겨울날, 드디어 주차금지에게 꼭 맞는 역할을 찾았습니다.
다른 차들이 다 부러워할 만큼 멋진 일이라네요.
빙그레 미소가 번지게 만드는 멋진 책입니다.
"유치원에서 친구 아무도 나랑 안 놀아!"
"나랑은 아무도 결혼 안 한데! 정말 나랑 결혼 할 친구가 아무도 없으면 어떻게 하지?"
저희 7살 막둥이의 요즘 고민입니다.
너무 개구쟁이라서 친구들이 힘들다고 한다네요.
자기도 인기있는 친구가 되고 싶답니다.
폐타이어 '주차금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녀석.
사실 같은 반 여자친구 서윤이는 다른 유치원에 적응을 못해서 늘 걱정이었는데 녀석을 만나고 나서는 유치원이 정말 좋다고 한다네요.
넘치는 에너지 때문에 뭘해도 신나하는 녀석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업' 된답니다.
"서윤이는 너랑 결혼한다고 안 해?"
"나랑 결혼한데. 내가 좋데"
그래요.
지금은 길쭉한 포크레인 바퀴도 되지 못하고, 유모차의 바퀴도, 자전거의 바퀴도 되지 못하지만 언젠간 딱 맞는 곳을 찾겠지요. 그러고 나면 '주차금지'처럼 멋진 역할을 해낼겁니다.
잠들기 전에 아이에게 읽어주었더니 스스르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밤 꿈속에서 '주차금지'처럼 멋진 일이 생기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