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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드로잉 노트 : 여행 그리기 ㅣ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봄날, 벚꽃이 흩날리던 때.
쌍계사 십리 벚꽃 그 길을 자동차로 달렸다.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벚꽃으로 터널이 만들어진 그 길을 달리는 내내 나는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연방 '아름답다' 환호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그곳에 두고 올 수 없어 카메라에 열심히 담았지만,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도 카메라 앵글은 내가 원하는 풍경을 담아낼 수 없었다.
이럴 때, 이 아름다운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는 재주가 내게 없음이 얼마나 원통하던지.
바쁜 돈벌이에 쫓겨 가뭄에 콩나듯이 하는 여행이나마 훗날 추억삼아 보겠다고 카메라를 들면 남편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인터넷이 당신보다 더 잘 찍은 사진이 넘쳐나는데 뭐할려고 찍나!'
내가 담고 싶었던 것은 내가 느낀 감동이고 추억인데, 돌아와서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보면 늘 그느낌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김충원 교수님의 말마따나 '스케치 노트 안에 담긴 그림의 수준이나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흔하디 흔한 카메라 대신 오직 나만의 시각으로 바로보고 느낀 현장의 이미지를 내 손으로 담아내는 것이고, 그 일이 대단히 즐겁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 이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요즘은 아침 운동하면서 본 햇살, 앙상한 가지만 남은 자작나무 숲, 바람에 일렁이는 대나무, 봄날 우리 엄마 생각나게 하는 찔레꽃, 우리집 마당에 있는 무화과 나무에 앉은 동박새, 예전 둘째가 선물했던 노란 미나리아재비꽃이 핀 강변을 머릿속이 아니라 하얀 스케치 북에 담고 싶은 욕망이 커지고 있다.
아뿔사, 내겐 그 풍경을 담을 만한 그림 솜씨가 없네.
학교 다니던 그 시절 미술 시간외에 그림에 대해 배운적도 배워보려고 한 적도 없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어설프고 비뚤거리는 나의 그림에 만족하고 겸손해지자. 그렇게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여행 스케치'는 당신의 삶을 더욱 세련되고 의미있게 민들어 주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 누구도 훔칠 수 ㅇ벗는 당신 안의 창조적이 문화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시작하자, 바로 지금...' 이라는 김충원 교수님의 충고대로 더 늦기 전에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지 드로잉 노트 '여행그리기'가 이끄는 대로 따라해 본다.
준비물은 4B 연필 한 자루와 김충원의 이지 드로잉 노트 여행 그리기 한 권이면 끝.
선긋기로 시작된다.
(아무래도 내손이 고장인 모양이다. 밑그림이 있는 그 위를 따라 그리는건데도 저렇게 비뚤하게 선이 그어지는걸 보면)
패턴을 반복하는 연습
(은근과 끈기를 요하는 단순 작업인데 은근히 집중해야 된다는거)
드디어 나무를 그려봤다.
(물론 옆에 있는 김충원 교수님의 그림을 보고 선만 그린거지만 나름 뿌듯하다.)
혼자서 하라고 하면 절대로 못하겠지만 이렇게 반은 만들어둔 그림을 따라 그리는 거니깐 나도 곧 따라잡을 수 있을거란 기대를 가지고...
이지 드로잉 노트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하다보면
오래지 않아, 이렇게 내가 가고픈 카페도 그릴 수 있고, 내가 살고 싶은 집도 그릴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