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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유 - 실천하는 교사,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함영기 지음 / 바로세움 / 2014년 1월
평점 :
올해 우리집 아이들은 모두 1학년이 됐다.
제일 큰 녀석은 고등학교 1학년, 둘째는 중학교, 막내는 초등학교.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막내의 하교를 위해 교문 앞에서 기다리다 보면 엄마들끼리 주로 나누는 이야기가 무슨 학원을 보낼 것이냐, 무슨 학습지를 하느냐이다. (우리 막내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실컷 놀기인데 아이들이 죄다 학원 간다고 다 가버리고 운동장에는 늘 녀석 뿐이다. 황당해하는 우리 막내의 표정이라니...)
중학생이 된 둘째의 주요 관심사는 시끄럽지 않게 주먹짱을 먹는 것이다. (우리집에서 제일 정상인 녀석이라고 본다.) 그런데 아이 친구 엄마들은 좀더 공부하는 학교에 보내지 못한 것에 온통 불만이다. 미리부터 분위기를 잡아놔야 한단다. 왜? 좋은 대학에 가려면.
고등학생이 된 큰 아이는 입학 다음날부터 아침 7시 50분까지 등교해서 야간자율학습을 9시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 중에서 가장 일찍 집을 나서 가장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대한민국 표준 고딩이가 된 것이다.
녀석이 야자 시간에 읽겠다며 소설책 한 권들 들고 갔다. (우리도 웃긴다고 생각했다. 야자 시간에 문제집이 아니라 소설책이라니. 우리 아들 얼마나 멋진가!) 그것을 본 선생님이 십분만 읽고 공부하라고 했단다. 그리고 다음 날은 실컷 잤단다. (이런 아이들까지 왜 학교에 남으라고 하는지 늘 궁금타.)
자,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교육과정대로 학교를 다니면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갈 수 있을까?
입학하자마자 치른 진단평가, 입시는 아직 3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입시생 같은 살벌한 분위기의 교실, 내가 보고 싶은 공부는 덮어두고 교과공부만 해야하는 학교, 조별로 평가되는 수행평가에 좋은 점수를 못받게 했다고 찐따가 되는 아이,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몰려있는 선행 학습을 위한 학원 순례....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니가 꿈타령이나 하고 있을 시간에 너의 경쟁자들의 책장이 넘어간고 적어 둔 급훈이나 꿈은 대학가서 꾸라던 선생님들의 금쪽같은 훈화말씀이 아니어도 이제 아이들은 그런 꿈도 못꿀 지경이 됐다.
이제 우리나라 학생들의 80% 대학을 간다고 하니 가히 대한민국은 대학 천국임이 분명하다.
그럼, 대학만 가면 경쟁은 끝일까?
무슨 말씀을.
학점 전쟁, 취업 전쟁, 승진 전쟁, 명퇴 안 당하기 전쟁.....
신자유주의는 국가간의 무역이나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젠 교육 분야 마저 신자유주의 광풍에 휘둘리고 있지 않는가?
대학의 서열화에 발 맞추기 위해 평준화되었던 고등학교 마저 서열화를 보라.
나는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가장 큰 기준을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을 위한 교육 공공성의 확보'라고 보는 저자의 의견에 크게 공감한다.
대한민국에서 존경도 받으면서 최고로 짭짤한 장사는 뭐니뭐니 해도 교육사업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다.
2012년 우리나라의 총사교육비는 19조 원을 넘었고, OECD국가 중 GDP 대비 7.6%의 가장 높은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그 중 1/3은 사교육비로 충당된다. 사교육비 비율은 GDP 대비 OECD국가의 평균 시교육비 비율은 0.9% 우리나라는 2.8%로 3배나 된다.
의무교육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공교육 공간에 마져 시장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교육 기회의 독점과 양극화의 심화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결국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버지의 경제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말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사교육을 줄여주겠다며 의욕있게 시작한 교내 방과후 수업은 학교 교실을 사교육 업체에 대여하는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책이 되어버렸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어야 할 선생님은 서류더미에 묻혀버렸다. 교장 선생님의 의욕에 찬 새로운 시도는 성과급에 눈이 먼 행동으로 비쳐보이고, 조변석개하는 대학 입시정책은 선생님도 몰라, 학부모도 몰라, 그냥 사교육 전문가들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못 믿을 정책이다.
교사로 교육현장에서의 느끼고 겪었던 오랜 고민과 오마이 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에 대한 연구와 대안까지 깊이 있게 연구한 흔적이 '교육 사유'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함영기 선생님의 '교육 사유', 이 책이 대한민국 교육문제를 다룬 많은 책들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나와 같은 순수 교육 수요자로서의 입장만으로 쓴 책이 아니란 점이다.
교육 수요자로써 내가 가장 코미디라고 느끼는 제도는 계약직 교사제도(선생님도 비정규직으로 대학강사처럼 여러 학교로 뛰어야 하는 메뚜기 족이 되어버렸다. 내가 다음에 어느학교로 갈지도 모르는데 애들이 눈에 들어올까?), 독서이력제(이걸 위해 아이들은 읽지도 않을 책을 빌리고 또 빌리기를 무한 반복한다. 그 결과 어느날 책보기를 돌같이 하는 둘째가 상품권까지 떡하니 받아왔다는 놀라운 일이 있었다. 성과급이 뭣같이 나왔다나 뭐라나.)와 교원평가제(나는 얼굴도 모르고 들어보지도 못한 수업과 그 선생님을 점수로 평가하는데 60점 이하에 체크하면 그 선생님은 낙제한다. 그래서 학교측에선 미리 귀뜸도 해준다. 점수 잘 주시라고, 이게 뭔 교육정책이란 말인가?)인데 교사들 입장에서도 역시나 교육행정가들의 탁상행정이라고 보는 모양이다.
현장에서 직접 겪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의 교육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교육 혁신에 대한 대안에 공감한다.
둘째의 학교 수업 참관을 간 날, 사흘에 피죽 한 그릇도 못 먹은 듯 힘없고 의욕없는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있는 반 아이들도 어깨가 축 쳐진 것이 나는 겨우 한 시간이었지만 우울증 걸리는 줄 알았다.
그 교실의 아이들은 학교가 행복했을까 늘 궁금했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담보할 수 있다'는 함영기 선생님의 지론에도 격하게 동의한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학교도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 교육의 내일을 '교육 사유'를 통해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