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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방은 괴물이야 ㅣ 같이 보는 그림책 3
앙드레 부샤르 글.그림, 임은경 옮김 / 같이보는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엄마 가방엔 도대체 뭐가 들어있을까?"

엄마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엄마를 반기는 아이.
얼른 엄마의 가방을 나꿔채고선 어깨에 둘러 매고 엄마보다 먼저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러고는 엄마 가방 안을 들여다 보지요.
음, 이쯤되면 녀석이 반긴 것이 엄마인지 아니면 엄마의 가방인지 헷갈립니다.
어쨌거나 녀석이 엄마 가방에서 이것저것 마구 꺼내놓지요.
열쇠, 지갑, 휴대폰, 화장품 파우치, 손거울, 휴지, 물티슈, 볼펜, 수첩, 구겨진 메모지, 슈퍼 영수증, 책, 먹고버린 사탕봉지와 껍질, 코푼 휴지(자기 콧물 닦아주고 휴지통이 없어서 넣어둔), 아이스크림 막대기(요것도 녀석이 먹고 버릴 데가 없어서 휘리릭 엄마 가방에 던져 넣어둔), 동전.....
슬쩍 실망한 기색이 보입니다.
"가방 지퍼는 안 열어보니?"
"와, 과자다~~~."
뭐 이런 걸 기대하고 열어본 엄마의 가방이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엄마 가방이 정말 양반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의 엄마의 가방은,
죄다 기저귀로만 가득한 기저귀 가방이었던 때가 있었고,
어느 때는 아이들 장난감으로 가득찼던 때도 있었고,
온갖 군것질 꺼리로 가득찼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최악의 상태였을 때는,
녀석이 응가한 똥기저귀와 쉬한 오줌 통이 들어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런데 그때는 그것이 참 싫고 구질구질하다 싶었는데 세월이 자꾸 지나면서 그래도 그때를 떠올리면 빙긋 웃음이 나는 건 또 뭘까요?
엄마들의 가방 속이 블랙홀인 건 동서양이 매 한가지인가 봅니다.
같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 3권 '엄마 가방은 괴물이야'를 보면 말입니다.
파리에 살고있는 노란 머리 여자 친구네 엄마의 가방 속도 우리 엄마의 가방 속과 다르지 않네요.

잃어버린 열쇠를 찾으려고 손을 넣어서 뒤적여 보지만 찾는 열쇠는 없군요.
(이쯤에서는 가방 속 목록을 숨 넘어가듯이 읽어줄 필요가 있지요. 옆에서 듣고 있는 저희 막둥이 녀석도 깔깔 숨넘어 갑니다.
우물우물 씹어서 깨진 파란 볼펜은 대체 뭐랍니까? )

뭐든지 삼켜버리는 엄마의 먹보괴물 가방이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간 엄마마저 삼켜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뭐든지 삼켜버리고는 토해내지 않는건 저희 막둥이 녀석 학교 가방이랑 차이가 없네요. 늘 하는 말이 '분명히 가방 안에 넣어 뒀는데 어디갔는지 도통 모르겠어요'니깐 말입니다.)

엄마의 가방괴물이 삼켜버린 열쇠를 찾기 위해 우리 가족이 기다리는 일쯤은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심정 완전 백퍼 공감입니다. 남편은 눈치 줘, 애는 힘들다고 징징거려, 찾는 열쇠는 절대 모습을 안 비춰....
이쯤되면 울고 싶어라 입니다.)
이렇게 말 안 듣는 엄마의 가방을 서커스 조련사에게 보내 길을 들여야 할까요, 정육점에 보내 조각조각 잘라서 고기로 팔아버릴 까요?
글쎄 지난 밤에는 가방 괴물이 동생을 삼키려고 하지 뭡니까!
(아, 글쎄 동생이 엄마 가방에 절반은 들어갔는데 그게 우리 눈에는 괴물이 삼킨 게 아니라 동생이 엄마 가방 안이 궁금해서 들어간 거라니깐요. 누나한테 말해줘야할까? 말가? 책을 읽다말고 저희 녀석에게 물어봅니다. 녀석 왈, '엄마, 말해주지마!' 허거덕....)
그래서 누나가 나서서 괴물과 싸워 동생을 구출하고는 문밖으로 괴물 녀석을 던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아주 작고 귀엽고 얌전한 가방을 샀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너무 작아서 어디다 뒀는지 자꾸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아뿔사, 오늘도역시나 열쇠를 찾으려고 엄마는 여전히 헤매고 있습니다.
푸하하하.....
유쾌한 그림책입니다.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의 가방에 머리를 쳐박고 뒤지고 있는 녀석을 보면서 떠오르는 옛 모습이 있습니다.
오일장에 간 엄마를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머리에 이고오는 장보따리를 서로 들고 가겠다고 낑낑거리면서 들고와 펼쳐보면서 설레하던 우리 삼 남매, 잔치에서 돌아온 외할머니가 고이고이 들고온 하얀 손수건 속에서 끝없이 나오던 송편, 사탕, 곶감, 대추.....
저도 그때 무척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어른들의 보따리에서는 저렇게 많은 것들이 끝없이 나오나해서 말입니다.
저희 막둥이 녀석이 설레는 마음으로 엄마 가방을 열어 볼 수 있는 기쁨을 당분간은 더 만들어줘야겠어요.
저는 '엄마 가방은 괴물이야'를 그렇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