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달러 이후의 질서

달러 이후의 질서 - 트럼프 경제 패권의 미래
케네스 로고프 지음, 노승영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최근 몇 년간 미국 달러의 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됐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 BRICS 국가들의 탈달러화 움직임,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의 부상, 최근 끝을 모를 금값의 상승 등 이 모든 것들이 달러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가운데, 달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중심의 경제라 대외 의존도가 높고, 특히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이기에 그 미래가 더 궁금해졌다.

이번에 읽은 책은 케네스 로고프의 '달러 이후의 질서'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이기도 한 저자의 전작 '이번엔 다르다'에서 굉장히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이번엔 또 어떤 놀라운 이야기들을 전해줄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이번 책은 그동안 냉전시대 소련, 버블시기의 일본, 통합을 이룬 유럽의 도전을 물리친 달러의 역사를 살펴보고, 현재 제일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는 중국의 위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룬다. 한편 고정환율제를 운영했던 여러 나라들이 겪었던 인플레이션 등 어려움과 변동환율제로의 전환 및 SDR, 암호화폐, CBDC 같은 대안 통화의 구조와 한계, 기축통화라는 양날의 검이 가진 장점과 단점,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달러가 약화될 것으로 보는 저자의 견해와 근거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본다.

흔히들 달러 패권은 미국의 군사력에 의해 유지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매커니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이번 책에선 칭기스칸과 가상화폐 등 명징한 예시들로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다. 개인적으론 가상화폐의 예가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저자는 달러가 패권을 유지하는 이유는 달러가 중앙 정부에 의해 조정되며, 결제 시스템과 같이 굉장히 잘 구축된 통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가상화폐는 지하경제에서 굉장히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정부 신뢰나 법적 기반이 부재한 탈중앙적 특징을 지니기에 양지로 나오기엔 어려울 것이라 예측한다. 양지로 나오려고 해도 미국 정부가 각종 규제와 제재를 가할 수 있고, 설사 이를 극복한다 해도 갖은 비용을 더해 누를 수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달러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고 본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달러 패권의 역사를 궤뚫으면서도, 현재 이를 둘러싸고 있는 위안, 가상화폐, SDR 등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책이다. 한편 다소 난해할 수 있는 내용을 저자의 경험과 위트로 매우 쉽게쉽게 전달하는 점도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저자이기에 다소 편향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경제나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라 생각한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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