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없음 - 격동의 세계를 이해하는 세 가지 프레임
헬렌 톰슨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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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탈냉전에 이어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세계는 평화롭고 살기 좋은 아름다운 곳이 될 것만 같았다. 중동 등에서 IS등 테러나 국지적 분쟁이 있긴 했지만, 대규모 전면전도 없고, 자유롭게 왕래하는 시기였다. 개인적으로도 2005~2017년에 해외를 종종 나갔었는데, 어느 곳을 가던 깨끗하고 안전하며 사람들도 친절해 좋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무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 펜타닐? 시리아 난민? 과연 무엇이 달라졌고 변화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에 읽은 '질서 없음' 은 지정학, 경제, 민주정치라는 세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현대 세계가 겪는 복합적인 무질서와 혼란을 깊이 있게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케임브리지 대학 정치학 교수로, 20세기 이후 지금까지 에너지 전환과 석유를 둘러싼 국제 갈등, 1970년대 이후의 금융 체제 변동, 그리고 민주정 국가의 과세 능력 약화 및 포퓰리즘과 정치 분열을 바탕으로 이러한 무질서가 어떻게 발현했는지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석유를 둘러싼 지정학적 사건들이 어떻게 현재 상황에 이르렀는지, 경제적 여건 변화가 유럽 등에 어떤 변화를 몰고왔는지,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 어떻게 현대 민주주의를 바꾸었는지 깊이있게 고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에너지 패권에 관한 내용이었다.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이란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복원되더니, 이스라엘과 대리전 끝에 결국 미국이 이란에 벙커버스터를 직접 투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를 유럽 등지에 공급해왔는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제재로 이러한 공급이 막히게 되었다. 이 모든게 우연의 일일까? 아니면 특정 몇몇 국가의 정치적, 지정학적 이유 때문인 걸까?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이스라엘의 악의 축 응징에 미국이 간접적으로 참여했거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이지만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니 이란이 전세계 원유의 저렴한 공급책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 건 아닌지, 미국 원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수요처인 유럽시장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경쟁 상대였기 때문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든다.
이 외에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게 된 계기가 시리아 난민 유입 때문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유럽 내에서 독일과의 힘겨루기 속에서 밀리면서 자주권을 위해 선택한 건 아닌지 등. 이 책을 읽고 기존의 단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복합적으로 여러 사안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현 시점 세계가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게 된 근본 원인을 에너지와 경제, 민주주의의 세 축으로 살펴보는 한편, 이러한 다각적 요소들을 서로 연결해 입체적으로 문제의 본질을 고찰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론 메르님이 강조하는 '연결'적 측면과 닿아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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