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 - 식물에서 발견한 새로운 지능의 미래
파코 칼보 지음, 하인해 옮김 / 휴머니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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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뇌과학에 관심을 가진 후 신기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 간단히 정리하면, 뇌는 뉴런 등에서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거나, 호르몬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기분을 느끼며 생각하고 의사결정하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해왔다. 특히 이런 과정에는 호문쿨루스처럼 각 기관을 담당하고 관장하는 뇌 부위가 있고, 이들로부터 종합된 정보가 편도체나 좌뇌, 우뇌의 핵심 영역들로 전달되어 판단과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다 지난번 제프 호킨스의 '천 개의 뇌'를 읽으면서 뇌가 정보를 분산 처리한다는 신선한 개념을 접했다. 기존에는 컴퓨터의 CPU나 GPU처럼 인간의 뇌도 중앙 프로세서처럼 동작하고, 모든 정보가 뇌로 집중되어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호킨스는 뇌의 특정 구역에서 단일 중앙처리하는 구조가 아니라, ‘컬럼’이라 불리는 대뇌피질의 수많은 소규모 단위에서 정보를 분산 처리한다고 주장해 충격을 받았다.

움직이는 동물과 달리 식물은 생각이나 의식이 없다고 여기며 아예 다른 범주로 분류해왔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식물에 대한 무지를 ‘식물맹’이라 규정하고, 식물에게도 인지적 능력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모사나 파리지옥처럼 특정 조건에서 움직이는 식물들이 동물처럼 마취 후에는 동작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며, 식물에게도 조건-인식-반사와 같은 일정 수준의 의식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또 식물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 과정을 타임랩스로 관찰하거나, 상처에 반응하는 과정 등을 통해 이러한 논의를 구체화한다.

책을 읽고 나서 ‘식물도 생각이 있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식물도 제한적이나마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히 인지하게 됐다. 특히 요즘 화두인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될 수 있느냐는 멀고 불확실한 미래의 문제보다, 적어도 식물 수준의 초기 의식에는 이미 근접해 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사고의 폭을 확장하다 보면, 언젠가는 동물이나 사람처럼 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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