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김홍신 지음 / 해냄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적 TV를 틀면 항상 채널 한두개쯤에선 사극과 현대극이 나오곤 했다. 특히 황금시간대인 주말에 꼭 시대극을 방영한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보고싶을때 틀면 볼 수 있는 OTT가 대중화되었지만, 당시엔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주말 9시 뉴스전 황금시간대엔 당대 최고로 인기를 끌만한 대작들만 방영이 되었는데, 이 시간에 시대극이 자주 방영되었으니 당시 사람들의 관심을 알 만하다. 아직 어려서 세상 돌아가는 건 잘 몰랐지만 우리나라에 군정이 들어섰었고, 반공만화 등을 통해 분단국가의 현실과 북한, 주체사상, 대학생들의 데모 등에 대한 장면은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는 이런 서사에 반복적으로 흔하게 노출이 되다보니 별 감흥이 없었는데, 상대적으로 요즘은 전후시대극을 찾아보기 힘들어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러던 차 딱 그 시대의 서사와 느낌을 고스란이 전달해 주는 소설 한편을 만났다. 바로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이다.

저자는 국회의원이자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김홍신 작가이다. 그는 이번작에서 세밀한 묘사와 감정처리로 책을 읽었는데도 마치 그 시절 드라마 한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이야기는 한 남자의 임종을 마주한 어떤 여자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보통 슬퍼하거나 대화가 오가기 마련한 풍경일텐데, 소설속의 둘은 낯섬이 느껴진다. 병상에 누워있는, 이 여자의 생부라는 이 남자는 어떤 연유로 이런 삶의 마지막을 맞게 된 걸까.

주인공 한서진은 문학도를 꿈꾼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학도군사훈련단 출신 육군 소위로 임관하여 전방에서 복무하던 중 남침을 하다 사살된 북한 장교 시체에 예를 표한 죄목으로 순식간에 빨갱이(적인종)로 낙인찍힌다. 아무리 억울함을 토로해도 쌓여가는 거짓 증거로 그는 일순간에 범죄자가 되고,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등을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육군형무소에 감금된다. 남한산성이라 불리우는 감옥에서도 같은 방에 수감된 죄인들에게 연신 폭행을 당하지만 아내인 지향과 어린 딸을 그리워하며 이를 악물고 버티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점점 서먹해지는 아내에 문득 이상함을 느끼던 중 그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하였고 재혼했다는 재필의 고백을 듣게 된다. 상대는 보안반장 이진구 대위라는 사람으로 한서진이 기소될 당시 그를 조사하였던 당사자. 자신을 감옥에 쳐넣은 남자와 아내가 정분이 났다는 사실에 한서진은 그 뒤로 복수를 결심하게 되고, 복수를 향한 일념으로 똘똘 뭉치게 된다.
감옥에서 복수를 위해 운동과 몸 만들기에 절차탁마하던 중 형기를 6개월 일찍 마치고 출소하게 된 한서진은 복수 준비를 착착 해 나간다. 수류탄까지 구해 복수를 위해 찾아간 날, 그동안 모르고 있던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어디선가 한번쯤 보거나 들은듯 클리셰가 느껴지는 스토리이지만, 읽다보면 작가의 표현이나 세밀한 묘사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1권 분량이 적지 않건만 좀 더 이야기가 길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시대물, 역사속 범인의 삶 등에 흥미를 느낀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죽어나간시간을위한애도 #김홍신 #해냄출판 #시대극 #현대물 #독재군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