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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시 - 히포크라테스를 배신한 현대 의학
레이첼 부크바인더.이언 해리스 지음 / 책세상 / 2023년 7월
평점 :
품절
어딘가 좀 불편해서 병원에 갔다가 뭔가 더 비용을 뒤집어 쓴 거 같은 기분으로 나온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의사가 아니고 비전문가라는 생각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나오는 과잉진료 기사를 보고 있자면 꼭 어디선가 한 번쯤 경험한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우리나라 갑상선암 진단율이 굉장히 높고, 완치율도 그만큼 높다고 들었다. 듣자니 종합검진 등에서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수술해야 한다고 얘기해서 많이들 치료한다고 한다. 내 경우에도 치과에 스케일링을 받으러 갔다가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충치가 있고 상태가 매우 심하니 금니 2개를 권하셔서 일단 아말감으로 처리하고 나온 적이 있다. 사실 그전에도 불편을 느끼지 못했지만 아말감으로 하고 나서도 불편을 느끼진 않았다. 이정도쯤 되면 이런 과잉진료가 비일비재한 것처럼 느껴진다.
반복적이지만 종종 일어나는 이런 일들을 고발하고자 의사 2명이 책을 썼다. 저자들은 호주의 전문의들로서 호주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과잉진료에 대해 의료계를 비판한다.
앞서 얘기했지만 나도 치과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고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얘기를 많이 해서 가끔 일부 나쁜 의사들이 있으려니 생각을 했는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전 분야에 걸쳐, 그리고 예방부터 진단 치료까지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의료계의 비리를 보고 있자니 굉장히 경악스러웠다. 과연 이게 호주에만 국한된 일일까?
마침 책이 출간된 시기도 묘하다. 우리나라 뛰어난 인재들이 모두 의대로 몰려 소위 SKY라 불리는 명문대도 기초과학이나 공학과 등 우리나라 기술의 근간이 되는 과들도 경쟁률이 내려갔다고 들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의대를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이게 다 무엇때문에 벌어진 일일까? 이상이나 꿈, 개인의 선호도는 상관없이 돈 많이 버는 안정적인 의사로 우수한 인재들이 다 몰리고, 동유럽 등을 우회해서라도 되고자 할 만큼 수요가 많단 이야기다. 최근 매경에서 본 중국 칭화대 반도체학과 뉴스가 떠올랐다. 칭화대 반도체학과는 정부와 기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각 성 또는 도시의 내노라 하는 인재들이 모두 몰린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의대로만 몰리니 왠지 우리나라를 지칭하던 기술강국이라는 칭호는 조만간 반납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일부 비양심적인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대로 사람이 먼저인 초심을 되내었으면 한다. 그리고 비단 의사뿐만이 아니라, 나 또한 공학자로서 본질에 집중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