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탐험가를 위한 과학 안내서 - 지구 태초의 모습을 찾아 떠나다
조진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팬데믹 종료후 여행에 대한 갈증이 넘쳐나다보니 간접경험으로 여행책, 여행기를 많이 찾아보게 된다. 읽다보니 여행책도 굉장히 컨셉이 다양하고 종류가 많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핫스팟과 맛집 투어, 이동수단 소개, 모범일정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책 여러권을 봐도 왠지 비슷한 느낌이 들때도 많지만 요즘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지 다른 형식을 취한 책도 많이 보인다.
이번에 서호주 탐험가를 위한 과학 안내서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에서 받은 느낌은 모험기? 호주 여행책? 과학책? 등 장르가 헷갈린다는 느낌이었지만 다 읽고 나선 '일종의 모험기' 정도로 결론 내렸다.
다만 이 책은 단언컨대 일종의 여행경험을 굉장히 참신하고 재밌게 전달하는 여행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책은 우선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태로 신기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픽 노블이야 픽션에서는 많이 취하는 형태이지만 이를 논픽션 여행기에서 보게 되다니. 그림체는 투박해 보이지만 각 인물의 표정이나 행동이 굉장히 잘 묘사되어 있고, 특히 표현이 재밌어 질리지 않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엇다.
이야기는 저자가 호주서부로 과학프로그램을 빙자한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프로그램엔 작가 포함 4명의 인물이 합류하게 되고 각자 업도 다르고 개성도 확실한 인물들이다.
책의 지도상으론 NASA 프로그램에 합류한다는 나름의 계획도 있고 목표도 있어 보이는데 이건 약간의 함정이고 실제로 가다보면 처음의 목표 자체부터 뚜렸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어쨌든 좌충우돌 4명은 퍼스에서 출발해 호주 서부 사막지대를 5,000km 주파하고 말 그대로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고 극적요소가 포함되었겠지만, 어떻게 보면 죽을뻔한 고비도 넘기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책에는 산전수전 여러가지 일화와 모험기 및 약간의 과학지식이 들어있다. 나도 퍼스를 다녀와봤기에 퍼스에 대한 여행내용만 풀어내도 책 한권은 뽑아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이 책의 알짜내용은 책 후반부의 에필로그인 듯 하다. 저자는 '10년이 지난 모험기를 지금 왜 꺼냈을까'라는 자조적인 물음을 던지며 책을 펴내기 전 당시 멤버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각자 다들 분야에서 어느정도의 성취를 이루고 잘 지내고 있음을 알게된다. 여기서 독일에 간 김과의 대화에 책의 주제가 담겨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뭐가 더 있었을까요?'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것도 없으면서 동시에 엄청나게 많았지요. 그날 밤 하늘의 별 개수만큼이나...'

여행의 내용과 의미를 묻는 작가에게 김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작가가 고백한 바와 같이 모험은 실패로 끝났고 고생만 하고 무언가를 뚜렷하게 이루고 온 것은 없었기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모험이 각자에게 일깨워 준 경험은 지금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엄청나게 많은 또는 깊은 자양분이 되었기에 '그날 밤 하늘의 별 갯수 만큼이나' 많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많은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의 와이프와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비록 이번 모험기처럼은 아니지만 정말 많은 경험들을 했던 것 같다. 지금 기억나는건 스페인의 여름 무더위에 와이프가 일사병으로 쌍코피를 흘려 놀랬던 기억과, 크로아티아에서 운전하다 신호를 잘못 보고 사고날 뻔한 기억 등.. 휴양으로 간 여행도 있지만 이 책 내용처럼 힘든 모험의 성격으로 다닌 여행이 많았기에 책의 에필로그에서 이야기하는 몇마디가 절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책 내용처럼 그래픽 노블이면서, 과학 안내서이기도 하면서. 서호주 탐험기이기까지 하지만 이 책은 그 무엇보다 철학서 같은 느낌을 준다. 자칫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준 저자의 스토리 텔링과 그림솜씨, 기획력에 존경을 표하며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